여름은 뜨겁지만 짧아서, 지나고 나면 꼭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여름이 오기 전, 미리 그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여섯 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들이 당신의 계절에 특별한 감정을 더해줄 것이다.
❶ <썸머 필름을 타고!>, 2020

사무라이 시대극을 사랑하는 여고생 ‘맨발’은 영화감독을 꿈꾼다. 하지만 영화 동아리에서 쓴 시나리오 <무사의 청춘>은 제작비를 따지 못하고 외면당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의문의 소년 ‘린타로’에게 <무사의 청춘>의 주인공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영화를 열렬하게 사랑하는 주인공을 보며, 방에서 혼자 열심히 만화를 그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너무 좋아해서 열정을 쏟았던 그 시절. 당신도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는 후회 없을 선택이 될 것이다.
❷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2005

찌는 듯한 여름날, ‘SF 연구회’ 동아리실의 에어컨 리모컨이 고장 난다. 그러던 중 동아리 부원들은 얼떨결에 타임머신을 발견하고, 어제로 돌아가 망가지지 않은 리모컨을 가져오려 한다.
타임머신을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쓴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참신한 스토리와 코믹한 연출이 무더운 여름날 당신의 기분을 가볍게 만들어 줄 것. <노다메 칸타빌레>를 재미있게 봤다면, 반가운 얼굴들도 볼 수 있다.
❸ <그해 여름>, 2006

1969년 여름, 대학생 ‘석영’은 농촌 봉사활동 중 만난 도서관 사서 ‘정인’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삼선개헌 반대 데모에 휘말리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는다.
오래전에 본 영화지만, 취조실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병헌’과 ‘수애’의 눈빛 연기는 말 그대로 미쳤다. <싸인>, <시그널>, <킹덤>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더 놀랍다. 장르물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멜로도 잘한다.
❹ <기쿠지로의 여름>, 1999

9살 소년 ‘마사오’는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떠난 엄마를 찾으러 무작정 집을 나선다. 양아치들을 만나 위기에 처하지만 이웃집 아주머니가 구해주고, 남편이자 전직 야쿠자인 ‘기쿠지로’를 마사오의 보호자로 함께 보낸다.
‘히사이시 조’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담당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Summer’다. ‘Summer’를 듣는 순간, 당신도 그때 그 시절 여름방학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❺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1991

청각장애가 있는 ‘시게루’는 어느 날 버려진 서핑보드를 줍게된 후 서핑에 몰두한다. 같은 청각 장애인 여자친구 ‘다카코’는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킨다.
<기쿠지로의 여름>과 같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초기작으로,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마찬가지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았는데, 메인 테마인 ‘Silent Love’는 영화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❻ <영원한 여름>, 2006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나 친구가 된 ‘캉정싱’과 ‘위샤우헝’. ‘위샤우헝’은 문제아인 반면 ‘캉정싱’은 모범생이다. 이들 사이에 전학생 ‘훼이지아’가 등장하면서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그들 사이에 얽힌 감정은 혼란을 더해간다.
사랑했고, 그래서 아파본 적이 있는가. 그 아픔 속에서 당신은 성장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불안하고,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청춘의 나날들.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도, 사랑도 결국 영원하진 않았다.
짧아서 더 선명한 여름의 순간들. 이 여섯 편의 영화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당신에게 ‘여름’을 선사한다.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이, 조금 일찍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