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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타쿠는 담배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레드 애플 시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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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의 끝판왕, 쿠엔틴 타란티노. 그에게는 영화에 대한 ‘오타쿠적 집착’이 있다. 

타란티노, 펄프픽션, 감독

“그는 걸어다니는 영화 사전이다” – 브래드 피트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그는 비디오 가게 직원으로 일하며 온갖 장르의 영화를 보고 흡수했다. 액션, 누아르, 홍콩 무협, 이탈리안 마카로니 웨스턴까지. 그의 머릿속은 영화 아카이브 그 자체였다. 

감독이 된 이후에도 그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소품 디자이너, 브랜딩 기획자, 심지어는 자기 영화 속에 등장할 ‘브랜드’까지 직접 만들었다. 

타란티노, 감독, 영화

그 타란티노적 집착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레드 애플 시가렛(Red Apple Cigarette)’이다. 

담배, 타란티노, 레드 애플 시가렛

담배 광고를 금지한다

90년대 미국에서는 영화나 TV 속 담배 제품을 상업적으로 홍보하는 PPL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졌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실제 담배 브랜드를 노출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담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펄프픽션, 담배, 영화

그가 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직접 담배 브랜드를 만드는 것. 

광고는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롭다

그가 레드 애플 시가렛을 만든 배경에는 사회적인 규제도 있었지만, 광고 자체를 싫어하는 그의 철학도 크게 작용했다. 

타란티노, 담배, 영화

“내 영화엔 PPL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만든 브랜드를 쓴다. 그게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 쿠엔틴 타란티노 

그는 상업적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페이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택했다. 

타란티노, 킬빌, 영화

레드 애플 시가렛이 처음으로 관객들의 눈에 띈 건 1994년 작 <펄프 픽션>이다. 이후 <포 룸스>, <킬 빌>, <헤이트풀 8>,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다양한 영화에 걸쳐 꾸준히 등장했다. 

세계관을 구축하겠다

타란티노의 브랜드는 디자인부터 포장 문구까지 실제 담배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심지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는 주인공 릭 달튼이 레드 애플 광고를 촬영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레드 애플 시가렛,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영화

해당 장면은 허구의 캐릭터가 허구의 담배 광고를 찍는 ‘극 중 극 중 극’의 구조다. 하지만 그 메타적 장치 덕분에 브랜드의 실재감은 더욱 강해진다. 

“실제 브랜드를 쓰면 내가 아니라 그들의 메시지를 담게 되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내가 만든 브랜드를 쓰면, 그건 순전히 내 이야기 안에서만 존재하죠” 

타란티노, 저수지의 개들, 영화

그는 모든 영화가 하나의 유니버스 안에 연결돼 있다는 설정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가상의 브랜드를 여러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타란티노 유니버스를 구축해나갔다. 

결국 레드 애플 시가렛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감독의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방패였다. 영화라는 예술 안에서는 모든 것이 창작될 수 있으니 말이다. 

픽션으로 감싼 현실 풍자 

담배 광고가 금지된 시대에 영화 속에서만 광고되고 소비되는 이 가상의 담배는 마치 우리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처럼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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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은 레드 애플을 태우지만 관객들은 그 담배를 살 수도, 필 수도 없다. 대신 우리는 타란티노가 구축한 완전한 허구의 세계를 맛본다. 

스크린 속 인물들이 무심코 담배를 꺼내 문 순간, 관객 역시도 그의 이야기와 상상력에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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