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공기가 한층 차가워지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 바람은 매섭지만 어쩐지 마음은 고요해진다. 이럴 때 도심 한복판, 불빛 가득한 극장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달 극장에는 새롭게 개봉하는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다리던 감독의 신작부터 우연히 극장에서 발견하게 될 독립영화까지, 각기 다른 온도의 이야기들이 스크린 위에서 저마다의 계절을 만들어낸다.
영사기의 불빛이 켜지고, 객석에 잔잔한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우리는 일상을 잠시 잊고, 다른 시공간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터. 11월, 조금 특별한 영화 곁으로 떠나보자.

이상일 <국보> 개봉
“22년 만에 천만 영화가 나왔다.”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로는 22년 만에 천만 영화가 등장한 것. 게다가 역대 실사 영화 중 두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며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감독은 중국 경극을 다룬 천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를 봤을 때의 충격을 영화에 담았다고 밝혔다. <국보>는 가부키를 소재로,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에 달한다. 11월 19일, 드디어 그의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
“천만 관객의 이유는 잘 모릅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께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윤가은 <세계의 주인> 개봉
“반장, 모범생, 학교 인싸인 동시에 연애가 가장 큰 관심사인 열여덟 ‘이주인’. 어느 날, 반 친구 ‘수호’가 제안한 서명운동에 전교생이 동참하던 중 오직 ‘주인’만이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나 홀로 서명을 거부한다.”
윤가은 감독이 돌아왔다. 무려 6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것. 전작 <콩나물>과 <우리들>, <우리집>에서 어린아이들의 세계와 그 성장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열여덟 살 고등학생 ‘이주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달 열린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최초이자 유일한 작품으로 공식 초청되기도 했는데. 이후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유대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동시에, 청소년기 내면의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를 탁월하게 그려낸 수작” – 홍콩아시안영화제
독립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윤가은 감독의 신작, 지금 바로 극장에서 만나보자.

요르고스 란티모스 <부고니아> 개봉
“거대 바이오 기업의 물류센터 직원인 ‘테디’는 이 모든 것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 계획 때문이고, 사장 ‘미셸’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번 작품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로, 아리 애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두 거장의 이름만으로도 놀라운 조합이지만, 더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장준환 감독의 2003년작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했다는 점이다.

원작은 한때 ‘비운의 명작’이라 불렸다. B급스러운 스토리와 포스터. 개봉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이후 시네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재평가되었다.
그 ‘비운의 명작’이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아리 애스터, 그리고 엠마 스톤을 거쳐 어떻게 다시 태어났을까. 이들의 만남으로 완성된 <부고니아>는 5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씨네큐브 : 씨네큐브 25주년 특별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종로에 위치한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씨네21과 손잡고 특별전을 개최한다. 섹션 1에서는 씨네큐브의 25년을 빛낸 최고의 영화들을, 섹션 2에서는 지난 30년간 한국 개봉작 중 최고의 영화들을 상영할 예정.
뿐만 아니라 씨네큐브 25주년 기념작인 <극장의 시간들>도 특별 상영한다.
“영화란 무엇인가. 극장은 어떤 의미인가.”
<극장의 시간들>은 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영화와 극장, 관객이 관계 맺는 방식을 섬세하게 탐색한다. 연출에는 이종필 감독과 윤가은 감독이 참여했는데. 배우 김대명과 고아성, 그리고 래퍼 원슈타인까지 참여한 이번 영화, 씨네큐브에서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