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햇볕과 옷깃을 파고드는 눅진한 공기, 그리고 무심히 스치는 누군가의 숨결. 그 모든 것에 지쳐 도착한 곳은 극장이다. 날씨도, 소음도, 그 누구의 간섭도 닿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는 조용히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물론,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스크린 앞에서 다른 계절과 다른 나라, 다른 이의 삶을 마주할 수 있으니.
여름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7월, 조금 특별한 영화 곁으로 떠나보자. 여름의 극장은 늘 그 자리에 열려 있을 테니 말이다.

아트나인 : 에릭 로메르 기획전
누벨바그 시대의 숨겨진 이단아, 에릭 로메르. 아트나인에서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그의 대표작 여덟 편을 스크린 위에 다시 불러낸다. 희극과 격언 시리즈, 그리고 사계절 이야기 네 편.

특히 사계절 이야기 4부작에서는 계절처럼 흘러가는 순간들을 포착했다. 여름을 잠시 벗어나 다른 계절의 정취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아트나인에서 다시 시작되는 에릭 로메르의 계절을 극장에서 만나보자.
6월 21일부터, 아트나인

스티븐 스필버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재개봉
“죽기 전 꼭 봐야 할 최고의 전쟁 영화”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은 올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국내 최초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찾아온다. 총성이 멈춘 자리에서 다시 전장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갈 시간.
생과 사의 경계, 선택과 희생을 순간들. 그 파편들이 이번에는 더욱 선명한 화질과 음향으로 되살아날 예정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잊지 못할 한 편의 영화로부터 시작된다.

소마이 신지 <이사> 개봉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유일하게 넘어서고 싶었던 감독, 소마이 신지. 70년대 일본 영화 산업이 침체를 겪던 시기, 일본 뉴웨이브가 태동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소마이 신지 감독이었다.
시대를 벗어난 그의 영화들은 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특히나 <이사>는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소마이 신지 감독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해당 작품을 보고 그가 당대 최고의 감독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마구치 류스케를 비롯해 현재 일본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감독들 역시 그에게 깊은 경의를 표해왔다. 30여 년 만에 한국에 도착한 <이사>, 극장에서 바로 만나보자.

한국영상자료원 : 제임스 스튜어트 & 안소니 만 웨스턴 기획전
존 포드와 존 웨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세르지오 레오네. ‘서부극 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아마 뻔할 터. 조용히,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장르를 확장시킨 이들이 있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바로 그 이름들을 소명한다. 바로,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와 안소니 만 감독이다.
느와르로 이름을 알렸던 안소니 만 감독은 제임스 스튜어트를 만나 처음으로 서부극 장르에 발을 들였다. 제임스 스튜어트의 스타 파워를 발판 삼아, 서부극에 느와르적인 요소를 더해 심리적인 깊이를 입힌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섯 편의 서부극을 남겼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으로 출연한 서부극 한 편이 함께 블라인드 상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어떤 영화가 스크린에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불확실함마저도 서부극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일 테니.
7월 8일 ~ 7월 12일, 한국영상자료원

이와이 슌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재개봉
“무국적의 언어가 뒤섞이고 돈이 지배하는 가상도시, 엔타운. 이름도, 국적도, 과거도 잃은 소녀 아게하는 가수가 되길 꿈꾸는 그리코와 함께 이 낯선 도시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간다.”
블랙 이와이에 해당하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가 오랜만에 스크린 위로 다시 날아오른다.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겹쳐진 가상의 도시 ‘엔타운’에서 이와이 슌지 감독은 조금 다른 청춘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더 어둡고, 혼란스럽고, 날것의 감정으로 만들어진 그의 세계. 오는 16일, 이와이 슌지의 이질적인 날갯짓을 따라가보자.

서울아트시네마 : 요한 판 더르 쾨컨 회고전
서울아트시네마가 주한네덜란드대사관의 후원으로 요한 판 더르 쾨컨 회고전을 진행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그는 우리 주위의 가장 평범한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50여 편의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던 만큼, 그의 필모그래피를 한 줄기로 정의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서울아트시네마의 상영작에서는 세계를 향한 호기심,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요한 판 더르 쾨컨의 다큐멘터리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미지 과잉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미지를 다루는 귀중한 사례를 제공해 줄 이번 회고전에 관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7월 11일 ~ 7월 27일, 서울아트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