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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죽어야지

물질만능주의 끝판왕, 80년대 여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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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주의가 되어버린 세상. 옛날이라고 덜하진 않았다. 이를 대표하는 80년대 젊은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여피족(Yuppi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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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본과 능력이 오직 삶의 척도였다. 어떻게든 남들보다 돈이 많아야 하고 능력이 좋아야 했던 여피족은 우월감을 위해 상대에게 과시해야만 했다. 지금 인스타그램에 비싼 옷과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는 것처럼.

당시 여피족을 대표하는 착장 중에 핀 스트라이프 셔츠가 있었다. 긱시크의 여파 때문인지, 신상으로 ‘핀 스트라이프 셔츠’가 꽤나 나오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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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멀끔해지는 작금의 트렌드가 80년대 여피족 패션과 유사하다고 느껴지는데, 기분 탓일까?

차가운 도시의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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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Urban Professionals’ + ‘Hippie’. 과시에 미쳐있는 도시의 젊은 전문직들을 뜻한다. 아주 돈과 명예 앞에서는 차디찬 인간들이었다고. 

여피 이전의 반문화라 하면 통념을 타파하고 자유를 중시했던 ‘히피’가 있었다. 여피족 역시 젊은이들의 문화라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일한다’ 같은 헌신보다는 개인주의적이고 교양 있다고 여겨지던 오리엔탈 문화를 추구했다. 겉으로는 교양과 평등을 추구했지만 누구보다 열등감에 찌들어있던 여피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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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집안, 음식, 옷, 심지어 키우는 반려동물까지 남들보다 좋고 비싸야 했으니 말이다.

여피는 최고의 소재

돈도 많아야 하고, 능력도 좋아야 하는 여피의 삶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반문화’족’들보다 진입장벽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히피에서 여피로 넘어간 인물들도 꽤나 많았다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10대 때 히피였다가 여피로 넘어간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스티브 잡스는 성격이 고약하기로 유명했는데, 이유가 다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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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골칫거리였던 여피. ‘콘텐츠쟁이’에게는 최고의 소재거리였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공허로 가득 찬 그들의 삶은 블랙 코미디로 사용하기 딱 좋았기 때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메리칸 사이코>가 있다. 이 영화는 여피 문화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나온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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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깨어있는 인간을 표방하지만, 명함 한 장에도 열등감을 느끼고,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을 마구 해치워버리는 모순적인 여피족의 태도를 풍자한다. 영화 속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는 당시 여피족의 우상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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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에서 살해당하는 금융인 3인도 별 볼일 없는 인간들을 하찮게 여기는 여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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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따라 하면 나도 여피족?

셀러브리티가 입은 옷이 유행의 척도가 되듯이, 여피족의 과시에도 가이드가 있었다. 가이드북에는 착장부터 음식, 인테리어까지 모든 게 설명되어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인스타그램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지 않을까. 이것만 따라 하면 나도 부자들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이 책을 기준으로 삶을 영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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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스트라이프 슈트, 롤렉스 시계, 버버리 트렌치코트, 구찌 서류 가방, L.L 빈 더크의 헌팅 부츠. 슈트는 보통 브랜드 ‘휴고 보스(Hugo Boss)’ 혹은 ‘랄프 로렌(Ralph Lauren)’이었다. 여성은 어깨 뽕 확실한 파워슈트가 대표적이다. 최신 전자기기였던 소니 워크맨도 얼리어답터 여피족에게는 필수 템.

여피족의 브랜드로 명명된 휴고보스, 랄프로렌 등의 브랜드는 매장 직원들 숨 쉴 틈도 없이 팔려나갔다. 확실히 여피족이 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이들의 소비패턴을 따라갔다간 이번 달 공과금도 내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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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격함 뒤에는 고요함이 따른다. 과시소비는 언제나 과격하기에, 여피족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주류로 차지하지는 못했다. 허울뿐인 행동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고, 자각할수록 부끄러워지기 때문이었다.

일상에 남아있는 여피들의 잔재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 그들의 정신은 여전히 남아있다. 

SNS를 통해 타인의 행복한 모습만 보고 있는 우리는 질 수 없다. 더욱 행복하고 멋있는 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댓글로 싸움을 일으키고, 부를 과시하기 위해 명품 로고가 박힌 옷과 가방을 구매한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시계로 인간 군상을 평가하는 오늘날. ‘과시’는 이제 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어차피 어느 정도의 과시가 필요한 세상이라면, 여피가 유행하던 80년대와 비교하며 쇼핑을 나서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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