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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컬렉션도 필요하다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욕 먹을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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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아식스가 사랑하는 남자, 고프코어 트렌드를 이끈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신예 디자이너로 데뷔해 빠르게 유명세를 얻은 만큼 그의 옷에는 실험적인 요소가 많다. 그 ‘실험’을 받치고 있는 신념은 뭘까. 그의 어록들을 쭉 살펴보다가 한 문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나쁜 컬렉션도 필요하다” 

해도 되겠다 싶은 것만 만들면 금방 늙어버릴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당시에 이해받지 못한 시도들도 후에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재조명되는 사례들을 많이 봐 왔으니. 

어쩌면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비평은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냥 받아들이고 나아가기로 했다.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혹평? 오히려 좋다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2021년 여름, 런던에서 공개된 키코 코스타디노브 22SS 컬렉션의 테마는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 

피곤한 표정으로 런웨이에 선 모델들은 겹겹이 쌓인 셔츠와 비대칭 재킷을 걸쳤다. 셔츠 위에 또 다른 셔츠를 묶고, 재킷은 하나같이 허리선이 어긋났다. 단추는 일부러 비뚤게 채웠다. 

색감은 탁한 민트와 먼지 낀 베이지.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느껴지는 컬러였다.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3년 뒤, 다른 듯 하지만 어딘가 비슷한 컬렉션이 공개됐다. 24AW의 테마는 도피지가 아닌 ‘자신의 과거와 공존하는 인간’. 

지난 시즌에서 불안하게 어긋났던 구조는 정제된 곡선과 절개로 변했다. 레이어드 대신 이중 구조 원단이 등장했고, 이전 시즌보다 색감은 진해졌다. 

22SS 컬렉션에서 평가가 엇갈렸던 실험적인 디테일들이 다음 시즌에서 한층 정제된 형태로 살아난 것. 쇼 직후, 키코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몇 시즌 전에는 방향을 잃은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 혼란이 내 언어의 일부가 됐음을 느낀다” 

과거 아이디어를 버리는 대신 그는 복기했다. 패션에서 ‘아이디어’까지 재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르지엘라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분해하고 결합하여 재창조하는 거친 스타일. 덕분에 그는 차세대 마르지엘라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모습은 특히 초기 마르지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90SS 컬렉션은 그의 첫 번째 공개 패션 쇼였다. 하지만 이 쇼는 당시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투명 PVC와 비닐 등 소재가 너무 급진적이었기 때문. 옷 자체가 ‘입기 어렵고 불편해 보인다’는 반응이 많았고, 당시 패션 트렌드와는 크게 동떨어진 스타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이 컬렉션은 브랜드의 혁신성을 보여준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일상적이고 값싼 소재를 해체적으로 녹여낸 측면에서 말이다.

반려견 ‘단테’를 달고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최근,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자신의 반려견 ‘단테’에게서 영감 받은 컬렉션 ‘DANTE’를 선보였다. 런던 특유의 전통적인 농촌 복장 위에 새로운 실루엣을 펼쳤는데. 

단테의 털 질감을 닮은 모헤어 가디건이나 페이턴트 레더 게이터 같은 소재 측면에서는 물론. 트위드 수트와 슬리브리스 가디건 등 클래식 아이템도 재해석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그에게는 수식어가 참 많다. 뉴젠으로 선정된 천재, 스투시의 러브콜을 두 번이나 받은 디자이너. 앞으로 또 어떤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을지 기대가 된다.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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