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이다. 봄도 여름도 아닌 애매했던 5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에디터는 겁이 많다. 이를테면 무섭고 징그러운 것을 싫어하고, 흔한 놀이기구 조차 잘 타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름만 오면 공포영화가 그렇게 생각난다. 눈을 반쯤 감고, 누군가 옆에 있어야 겨우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왕 찾아온 여름, 무더운 더위를 날리기 위해 연례행사처럼 공포영화 하나쯤은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공포영화들을 추려왔다. 호평은 덜하나 2000년대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서사가 담긴 공포가 나름의 신선함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스포일러는 없으니 미리 찜해두었다가 무더운 날 정주행 해보시길.

<하얀 방(2002)>
방송사 PD인 주인공이 취재로 만난 한 형사에게서 기이한 죽음을 전해 듣는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여자들이 모두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임신하지 않았는데도 임신한 상태로 죽었다는 것이다. 미스테리한 상황으로 인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본 주인공. 결국 그녀도 죽음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관객수 약 6만 명에 그쳤지만, 임신이라는 소재 선정과 기묘한 분위기로 꽤 무섭다는 평이 많다.

<가발(2005)>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시한부 동생. 그런 그녀의 퇴원 선물로 언니가 가발을 준비한다. 기쁜 마음으로 가발을 쓴 동생은 그때부터 점점 병이 호전되는 이상한 기운을 겪는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동생을 보며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는 언니. 급기야 동생은 환각을 보거나 공포에 사로 잡히기 시작한다. 가발에 씌인 비밀과 두 자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포스터가 무섭기로도 유명하다.

<신데렐라(2006)>
에로물로 유명한 봉만대 감독의 첫 호러 영화. 에디터는 어릴 적 이 작품을 TV로 처음 봤었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무서움과는 거리가 있지만, 나름 흥미로운 소재를 다뤄 평이 나쁘지 않다. 성형외과 의사인 엄마를 둔 주인공. 친구들이 그녀의 엄마에게 성형을 받으며 몰라보게 예뻐진다. 그런데, 그 이후로 수술을 받은 이들이 하나둘씩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모녀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보면서 숨겨진 비밀을 유추해 보는 걸 추천.

<두 사람이다(2007)>
막내 고모가 첫째 고모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해 버린 주인공 여고생. 이후 자신을 향한 죽음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알 수 없는 상황과 계속되는 악몽에 혼란스러운 그녀가 믿을 수 있는 건 가족과 남자친구뿐. 과연 죽음이라는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동명의 원작 만화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이 많으나, 8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짜릿한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단, 꽤 잔인한 편이니 사전에 주의할 것.

<해부학교실(2007)>
해부학 실습을 진행하는 의대 본과 1학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자 다른 캐릭터로 경쟁과 우정을 다져나가는 실습 팀원들. 긴장으로 가득한 해부학 실습 첫날, 해부용 시체인 한 여인의 ‘카데바’를 접한 이후 팀원들이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이어지는 사고와 죽음의 현상을 밝히기 위해 자신들이 해부한 카데바를 파헤치기 시작하는 팀원들. 주인공인 한지민의 앳된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