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패션계의 악동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에서 물러났다. 50년간 이어진 화려했던 장 폴 고티에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

물러난 패션 거장, 장 폴 고티에의 후임은 누구일 것인가에 모두 촉을 곤두세웠다. 글렌 마틴스(Glen Martens),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시몬 로샤(Simone Rocha) 등 많은 게스트 디자이너들과 장 폴 고티에 오트 쿠튀르를 장식했다.

장 폴 고티에는 브랜드 소속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게스트 디자이너들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며, 그들이 오트 쿠튀르에서 실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그렇게 다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누구인지 보다 다음 오트 쿠튀르 게스트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주목하던 그 순간, 장 폴 고티에의 뒤를 이을 누군가가 등장했다.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 장 폴 고티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름이다.
누군데 듀란 랜팅크가
꽤나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그는 이미 수차례 바이럴을 통해 자신의 센스를 세상에 알렸다. 수상 경력도 꽤나 화려하다. 듀란 랜팅크는 꾸준히 LVMH 프라이즈 우승 유력 후보로 거론되어왔다. 2019년에 이미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2024년에는 ‘2024 LVMH 프라이즈 칼 라거펠트 특별상’을 수상했다.
2025년에는 울마크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울마크 프라이즈는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1954년에 이브 생로랑과 칼 라거펠트가 수상하며 그 진가를 발휘했다.

메리노울의 무한한 잠재력을 홍보하는 어워드인 울마크 프라이즈에서 그는 자신의 고향인 네덜란드 니트 장인 12명과 함께했다.

규칙에 얽매이지 마세요
그는 계속해서 패션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 개최된 파리 패션 위크 25FW에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듀란 랜팅크’라는 이름은 몰라도 디자인 때문에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 듀란 랜팅크를 대표하는 공기를 넣은 듯한 빵빵해 보이는 폼 패딩 기법을 시작으로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바지, 동물무늬 패턴 등으로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신선함을 안겨줬다.



그러나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는 라텍스 소재로 만든 옷이었다.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을 본 떠 만든 라텍스 톱이 그 주인공이다. 꽤나 사실적으로 디자인된 이 옷. 남성의 몸은 여성이, 여성의 몸은 남성이 착용하며 성에 대한 관념에 아주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도전, 실험이라는 단어는 듀란 랜팅크에게 찰떡인 셈. 그의 옷은 지속 가능성도 중요시한다. 팔리지 않는 의류, 럭셔리 브랜드의 재고를 업사이클링 해 컬렉션을 완성하는 친환경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넥스트 장 폴 고티에
“나는 듀란 랜팅크로부터 패션을 통해 나 자신의 여정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에너지, 대담함,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정신을 봤다.
새로운 패션계의 천재, 듀란 랜팅크를 환영한다”
-장 폴 고티에
장 폴 고티에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 특징은 단연 아방가르드함이다. 그가 의상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 <제5원소>에서는 그의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이 톡톡히 돋보인다. 패션 및 음악 역사상 가장 아이코닉한 의상 중 하나인 마돈나의 ‘콘 브라(불릿 브라)’ 역시 장 폴 고티에의 작품이다. 성에 대한 자유와 발칙하고 도발적이다.
듀란 랜팅크 역시 마찬가지다. 경계를 넘나드는 장 폴 고티에의 과감함을 이어받은 사람이 나라는 듯이, 의복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한다. 장 폴 고티에와 비슷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듀란 랜팅크가 장 폴 고티에를 이어갈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장 폴 고티에의 과감함이라는 정신을 추구하는 것일 터.


콕 집어 선정된 차기 장 폴 고티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란 랜팅크. 이제껏 그가 보여줬던 실력에 더욱 큰 기대가 넘실대고 있다. 듀란 랜팅크는 오는 9월 장 폴 고티에에서 첫 RTW 컬렉션과 이어지는 오트 쿠튀르를 선보인다. 새로운 앙팡테리블 듀란 랜팅크의 등장에 큰 환영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