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발렌시아가와 함께할 것 같던 ‘뎀나 바잘리아’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밀라노 패션 위크의 하이라이트 보테가 베네타를 이끌며 ‘조용한 럭셔리’의 선봉장에 서있던 ‘마티유 블라지(Matthiew Blazy)’는 샤넬로 향했다.

2024년, 행복 은퇴를 선언했던 드리스 반 노튼 후임자도 등장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여성복 디자이너였던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가 그 주인공이었다.
10년 넘게 로에베를 이끌었던 ‘조나단 앤더슨’ 역시 하우스를 떠나 디올의 남성 라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엄청난 인사이동 사이에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방금 언급한 디자이너들 중 두 명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
보통 유명한 패션 스쿨 이름을 대보라고 말하면, ‘센트럴 세인트 마틴’,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언급한다. 한국에서는 ‘세계 3대 패션 스쿨’로 통용된다. 일본 디자이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문화복장학원’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샤넬의 ‘마티유 블라지’와 드리스 반 노튼의 ‘줄리안 클라우스너(Julian Klausner)’. 굵직한 브랜드를 맡은 두 디자이너의 학교는 바로 여기다.
‘라 캄브레(La Cambre)’.

그들이 다녔던 벨기에의 라 캄브레 아트 스쿨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학교다. 라 캄브레 학도들이 지금 패션계의 중심에 우두커니 서 있기 때문이다.
샤넬 디렉터가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한번 들어가면 반 평생을 함께한다는 패션 하우스, 샤넬의 신임 디렉터가 되었다. 40살의 젊은 나이에 최고봉에 오른 셈이다.

라 캄브레 출신 패션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는 졸업 후 라프 시몬스 남성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피비 파일로와 함께한 셀린느, 캘빈 클라인을 거쳐 보테가 베네타를 맡았다.
다니엘 리(Daniel Lee)의 뒤를 이어 보테가 베네타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며 그의 실력을 모두가 인정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샤넬의 현 디렉터가 라 캄브레 출신이니, 이 학교에 얼마나 대단한 인물들이 있는지 기대가 되지 않는가.
생로랑 르네상스, 안토니 바카렐로

에디 슬리먼이 떠난 생로랑(Saint Laurent)에 ‘이브 생 로랑’을 되살리러 온 안토니 바카렐로. 현재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생로랑을 전면적으로 맡고 있는 그 역시 라 캄브레 출신이다.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의 생로랑은 쇼를 펼칠 때마다 극찬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니 라 캄브레 출신 디자이너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을 터.
우리 학교 주특기는 ‘부활’이다
마티유 블라지도 안토니 바카렐로도 그랬다. 그들이 맡았던 보테가 베네타와 생로랑은 모두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 있었다.
다른 라 캄브레 출신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심폐소생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나 의심이 들 정도로 브랜드를 잘 살린다.

꾸레쥬(Courreges)가 그랬다. 조용하던 꾸레쥬를 부활시킨 건 현 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다. 그는 꾸레쥬에서 디렉터로서 첫 데뷔를 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브랜드. 할머니에게 물려받는 브랜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꾸레쥬였다. 그러나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으로 꾸레쥬의 유산을 함께 살려내며 꾸레쥬는 니콜라 취임 이후 여전히 언급되는 브랜드가 되었다.

결국 한국에서 첫 단독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 모든 건 그가 꾸레쥬를 맡은 이후였다.
라반(Rabanne)도 마찬가지. 프렌치 시크 스타일과 샹송을 대표하는 ‘프랑수아즈 아르디’, ‘제인 버킨’, ‘살바도르 달리’ 등이 찾았던 미래주의 패션 디자이너 ‘파코 라반(Paco Rabanne)’의 브랜드는 60년대 이후 패션계에서 잊힐 뻔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줄리앙 도세나(Julien Dossena)’의 등장으로 파코 라반은 부활했다.

2024년 가을, 줄리앙 도세나는 25SS 라반 컬렉션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방’이라는 키워드와 함께였다. 18K 금과 다이아몬드로 완성한 ‘나노 백’은 25만 유로, 현재 환율로 약 4억 982만 원이다.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방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파코 라반의 아이코닉한 아이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드레스’를 2025년에 다시 우리 앞으로 내놓은 것이다.
라반은 계속해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라 캄브레 출신 ‘줄리앙 도세나’의 손길과 함께 사람들의 입에서 “라반 잘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우승도 곧잘 해

2017년, 25살의 디자이너가 ‘LVMH 프라이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마린 세르(Marine Serre). 초승달 무늬 의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녀는 라 캄브레 패션학도였다. 한때 그녀의 초승달 의상은 셀럽들의 인스타그램 필수 아이템이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서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르메스가 주목한 액세서리 디자이너도 있다. 클라라 베스나드(Clara Besnard). 그녀는 ‘2024 에르메스 패션 액세서리 프라이즈’ 우승자다.
그녀의 주특기는 안경, 선글라스를 재활용해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 클라라 베스나드는 대회에서 에르메스 벨트와 목걸이로 그녀만의 재치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2023년에 라 캄브레를 졸업하고 빠르게 정상에 우뚝 선 그녀는 액세서리 업계의 가장 떠오르는 아티스트라고.
한편, 해당 페스티벌은 프랑스 이에르(Hyères)에서 열리는 패션, 사진,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페스티벌로 안토니 바카렐로와 줄리앙 도세나도 거친 바 있다.
이 외에도 드리스 반 노튼의 ‘줄리안 클라우스너’, 띠어리를 맡았던 ‘올리비에 데스켄스’, ‘세드릭 샤를리에’ 등의 디자이너가 라 캄브레 출신으로 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샤넬, 생로랑, 마린 세르, 드리스 반 노튼, 꾸레쥬 등. 이름만 들어도 ‘하입’이 느껴지는 브랜드들이다. 모두 라 캄브레 패션학도들의 손길에서 더욱 멋진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으니. 3대 패션 스쿨에 더해 라 캄브레 출신 디자이너들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생겼을 터.
사실 라 캄브레 졸업 패션쇼는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졸업 패션쇼 중 하나이고, 유명한 패션 스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몰랐다면, 하나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며, 라 캄브레를 더욱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