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입에는 담배를 물고, 불량한 표정을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 ‘로드 콰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비주얼의 이 캐릭터의 직업은 ‘래퍼’다.
‘콰지모토(Quasimoto)’
‘콰스’는 힙합 듀오 콰지모토(Quasimoto)에 소속된 래퍼다. 낮고 깊은 목소리로 가사를 내뱉는 전설적인 래퍼 ‘매들 랩(Madlib)’과 팀을 이뤄 활동하는 캐릭터 콰스. 그는 일반적으로 매들립과 반대되는 높고 얇은 목소리로 가사를 내뱉는다. 고음을 담당하는 콰스, 저음을 담당하는 매들립은 곡 전체를 밀도 있게 만들었고, 청자들은 매력적인 그 조합을 사랑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비트 위에 녹아든 콰지모토의 ‘환상의 궁합’. 그들은 마치 일심동체라도 되는 듯 정확하게 합을 이뤘다. ‘콰스의 목소리는 누구인가’
자,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분명 궁금할 것이다. 불량 캐릭터 ‘콰스’의 목소리는 누구인가. 글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사실이 바로 여기서 밝혀진다. 담배를 문 노란 캐릭터 콰스의 정체는 바로 매들립 본인! 매들립은 낮고 일관적인 자기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콰스라는 이름의 분신 캐릭터를 만든 것. 그는 먼저 자기 목소리로 가사를 뱉고, 후작업을 통해 콰스의 높고 얇은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콰스 캐릭터를 구상하고 ‘콰지모토’라는 힙합 듀오를 결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 여기서 그가 얼마나 눈부신 창의력을 가진 존재였는지 알 수 있다. ‘MF 둠과 만나다’
등장부터 쇼킹했던 콰지모토가 세상을 뒤집은 건 당시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Scene)을 장악했던 MF 둠(MF DOOM) 과의 합작 앨범, [Madvilliany]를 공개했을 때. 2004년 발매된 앨범은 메타 스코어 93점을 받으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46분 22초.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앨범이지만 22 트랙으로 구성되어 다채로운 사운드를 선사, ‘2000년대의 우탱 1집’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힙합 문화에 지각변동급 영향을 미쳤다. 콰지모토의 프로듀싱 능력을 직접 귀로 확인하고 싶다면 반드시 앨범 전체를 들어볼 것. ‘허슬하는 콰지모토’
MF 둠은 하늘의 별이 되어 새로운 앨범을 기대할 수 없지만, 콰지모토는 여전히 허슬 하며 다작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에 공개된 [Hittin’ Hooks] 앨범이 가장 최신작인데, 명성에 걸맞게 여전히 건재한 소울을 선사한다. (리스너들의 고개를 절로 까딱이게 하는 비트다.)‘콰스의 정체는 무엇인가’
돼지를 닮은 귀와 코, 화난 눈과 노란색 피부를 가진 캐릭터 콰스. 모두가 이 발칙한 캐릭터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콰스의 정체는 불가사의하다. 콰스를 세상에 내놓은 매들립조차 콰스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콰스의 신비로운 이미지 덕분에 곡의 스타일리시함이 더 증폭되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