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인디음악이 태동한 곳이 홍대라면, 대만에는 타이베이가 있다. 이곳에 위치한 더 월, 레거시, 리버사이드와 같은 라이브 공연장은 매일 밤 청춘들이 만들어낸 작은 진동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때 기계의 굉음으로 채워졌던 공장은 예술과 젊음이 머무는 ‘화산 1914 창의문화원’으로 탈바꿈하기도. 타이베이는 그렇게 예술과 음악이 숨 쉬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만 인디 씬의 기류는 이제 국경을 넘어가고 있다. 더 글로우, 아시안 팝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과 같은 국내 페스티벌 라인업에서도 종종 이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 물론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는다. 해석할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노랫말은 감각으로 먼저 와닿을 테니. 여름의 끝을 책임질 대만 밴드 여섯 그룹을 소개한다.
1. Sunset Rollercoaster
혁오(HYUKOH)와 함께한 프로젝트 앨범 [AAA]로 한국 리스너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안착한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 이들 역시 타이베이에서 결성되었다.
재즈풍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록 사운드는 대만 인디 씬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들은 대만의 청춘을 노래하며, 그들만의 속도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청춘은 꼭 빠르게 질주하지 않아도 괜찮다.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천천히 내려다보는 노을처럼, 흘러가는 풍경을 음미하는 일. 그것 역시 청춘을 살아내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Sunset Rollercoaster – Vanilla
2. deca joins
데카 조인스는 청춘의 조용한 한 페이지를 연주한다. 데카 조인스의 ‘데카’는 퇴폐, 타락(decandent)과 디카페인(decaffeination)을 의미하는데. 그들의 음악 역시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보다는 우울한 감정을 담담하고 느린 템포 위에 담아낸다.
이들은 반복적이고 몽환적인 리듬의 드림팝을 중심으로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화려한 기교도, 과한 정서도 없다. 대신 담담하게 반복되는 코드 진행과 느린 템포 위에 대만어 특유의 부드러운 어감이 파도처럼 스민다. 데카 조인스는 음악으로 이야기한다. 청춘은 반드시 반짝이지 않아도 된다고, 슬픔은 반드시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deca joins – Wave
3. Wendy Wander
웬디 완더 역시 여러 장르를 켜켜이 쌓은 몽환적 사운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밴드 라쿠나(Lacuna)와 함께 서로의 대표곡인 ‘我想和你一起’와 ‘춤을 춰요’를 각자의 음악적 스타일로 리메이크해 콜라보레이션 싱글 [I Want To Be With You]를 발매했다. 라쿠나가 재해석한 ‘I Want To Be With You’를 함께 감상하며 두 밴드의 색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Wendy Wander – I Want To Be With You
4. No Party For Cao Dong
얼터너티브 록과 포스트 펑크를 기반으로 한 노 파티 포 차오동(초동몰유파대). 자신들의 음악을 ‘조용하고, 시끄럽고, 정직하다’고 정의 내리는 이들은 불안한 청춘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차오동 거리의 파티’를 의미하는 ‘Party At Cao Dong Street’이 본래의 밴드명이었지만 이제 ‘파티는 없다’는 이름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긴장, 압박 등 대만의 젊은 세대가 겪는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No Party For Cao Dong – Simon Says
5. The Chairs
60, 70년대 사이키델릭 록과 레트로 팝을 연상케 하는 따뜻한 기타 사운드와 코끝을 간질이는 멜로디. 더 체어스는 드림팝과 사이키델릭 록, 포크의 경계 어딘가를 부유한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기대어 시간을 거스르는 이들. 여기에 대만어가 어우러져 슬며시 마음을 두드린다. 어떤 곡은 포크처럼 소박하고, 어떤 곡은 60년대풍 사이키델릭 록처럼 흩날린다.
대만어, 영어, 그리고 일본어까지 넘나드는 더 체어스의 언어는 정확히 해석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모호함 속에서 청춘의 보편적인 감각은 더욱 선명히 드러날 테니.
The Chairs – Paradise… How F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