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lay the break!”
1970년대 말, 뉴욕 브롱스의 지하 클럽에서 누군가 외쳤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디제이는 두 개의 레코드판으로 가장 신나는 구간을 반복해서 틀었다.

디스코, 소울, 재즈, 펑크. 무슨 장르든 간에 그 위에 랩만 할 수 있으면 상관 없었다.
그렇게 콜라주 같은 음악이 탄생한다. 서로 다른 음악이 만나 완전히 새로워지는 과정을 ‘샘플링(Sampling)’이라고 부른다. 그 시절 힙합 문화는 샘플링에서 태어났다.

올드스쿨 힙합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힙합 문화 전체를 말한다. 지금은 전문 장비를 써서 음악을 만들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즉흥에서 태어났다.

디제이가 고른 음악 위에 가사가 피어났고, 여러 장르와 만나 사운드는 점점 더 독창적이고 풍부해져 갔다. 브레이크, 베이스 라인, 멜로디를 잘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새로운 리듬과 비트를 찍어냈다.

남의 음악 가져와서 베끼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근데 샘플링은 단순히 복제하는게 아니다. 기존 음악을 재해석해서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것.
에디터가 장르별로 추천하는 4곡만 들어봐도 힙합이 얼마나 유연한 음악인지 알 수 있다.

Sugarhill Gang – Rapper’s Delight (샘플: Chic – Good Times)
“디스코야말로 힙합의 근간입니다”
지하실 혹은 낡은 건물 옥상에서, 디제이는 디스코 음반의 브레이크 부분을 반복해서 틀며 파티를 이끌었다. 디스코 자체가 클럽 문화의 산물이라 힙합과 잘 어울린다. 샘플링된 곡인 Chic의 <Good Times>는 디스코를 대표하는 곡으로, 이 곡 외에도 수많은 곡의 샘플로 사용되었다.
Eric B & Rakim – Paid in Full (샘플: Dennis Edwards – Don’t Look Any Further)
“무게감 있는 노래를 원하시나요?”
흑인의 소울이 묻어 있는 음악과 힙합의 진정성 있는 가사가 만나면 어떨까? 한 단계 더 진지해진다. ‘완벽한 계획을 구상 중이야(Thinking of a master plan…)’이라는 곡의 오프닝 라인은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가사 중 하나로, 성공에 대한 야망이 녹아있다.
A Tribe Called Quest – Jazz (샘플: Jimmy McGriff – Green Dolphin Street)
“역사상 가장 지적인 힙합 그룹을 소개합니다”
재즈의 특징은 즉흥성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요소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자유롭고 변칙적인 음악이라 지적인 장르로 평가받는다. 제목부터 재즈인 이 곡을 만든 A Tribe Called Quest는 재즈와 힙합을 조화롭게 섞어 ‘재즈 힙합’이라는 하위 장르를 만들어 냈다.
Public Enemy – Night of the Living Baseheads (샘플: James Brown – Funky Drummer)
“반항적인 펑크는 힙합과 닮았습니다”
“크게 외쳐! 난 흑인이야, 자랑스러워” – 제임스 브라운
흑인 사회의 억압 속에서 피어난 저항의 장르, 펑크. 펑크의 정신은 힙합이 전하려는 사회적 메시지로 뿜어져 나온다. 가사에 귀 기울여 보면, 80년대 미국 흑인 사회를 파괴한 마약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여러 장르가 녹아 있는 올드스쿨 힙합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음악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독특한 사운드 질감과 올드함도 매력이라 이후 세대의 아티스트에게 자주 샘플링의 대상으로 사용된다고.


특히 칸예 웨스트의 <Believe What I Say>는 로린 힐의 반가운 목소리로 시작한다. 올드스쿨 힙합은 과거의 음악을 샘플링 하고, 또 현재의 음악에 샘플링되며 끝없이 확장해 왔다.

“올드스쿨 힙합은 내 영감의 근원이다.” – 칸예 웨스트
“나스도 Rakim 같은 올드스쿨 안에서 자랐고, 그 음악은 내 안에 남아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올드스쿨은 살아 숨 쉬고, 그걸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