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고 대충 했는데,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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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끼려고 대충 했는데,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너바나의 [Nevermind]부터, 찰리 XCX의 [Brat]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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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음악을 고를 때 앨범 커버를 꽤 중요하게 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앨범 커버가 화면에 크게 뜨는데, 그러면 남들이 내가 무슨 노래를 듣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멋진 앨범 커버가 있는 노래들을 선택하곤 한다. 반면, 앨범 커버가 이상한 노래들은 왠지 부끄러워서 혼자 있을 때 몰래 듣는다.

스트리밍이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매장에서 수많은 앨범 커버들을 눈으로 훑으며 음악을 골랐다. 앨범 커버는 이미 그때부터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라, 음악을 고르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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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래미 어워드’는 2026년부터 ‘베스트 앨범 커버’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래미가 선정한 34개의 상징적인 앨범 커버 중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커버들을 하나씩 골라봤다.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준 이 앨범 커버들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❶ 1960년대: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 –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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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 하나가 무명 밴드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 앨범 커버를 그린 사람이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이라면 납득이 간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본 워홀은 곧장 그들의 음악에 매료됐다. 결국 매니저까지 자처했고, 바나나가 그려진 독특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당시 판매된 앨범에는 바나나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분홍색 바나나’가 숨어 있었다. 이 덕분에 앨범은 ‘바나나 앨범’으로 불리며 유명해지게 된다.

❷ 1970년대: 핑크 플로이드 – [The Dark Side of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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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명반들의 커버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 전 세계적으로 5천만장 이상 판매된, ‘핑크 플로이드’ 최고의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커버도 그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검은 배경, 프리즘, 그리고 무지갯빛. 물리학 잡지에서 찾았다는 이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이미지는 핑크 플로이드는 물론이고, 1970년대 락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❸ 1980년대: N.W.A. – [Straight Outta Com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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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A.’의 [Straight Outta Compton]은 아마 음악 역사상 가장 도발적인 앨범 커버일 것이다. 멤버들과 함께 서 있는 ‘이지 이’가 카메라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사진은 사실상 곧 죽을 사람의 시점이다. N.W.A.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 앨범은 미국 힙합의 한 축이 된 ‘갱스터 랩’의 시대를 열었고, 앨범 커버를 장식한 사진은 갱스터 랩의 상징이 되었다.

❹ 1990년대: 너바나 –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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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ells Like Teen Spirit’, ‘Come as You Are’ 등 전설적인 곡들이 실린 ‘너바나’의 [Nevermind]. 앨범 커버에는 낚싯바늘에 매달린 1달러 지폐를 향해 헤엄치는 아기가 등장하는데, 당시 아기의 부모에게 사진의 사용료로 200달러를 지불하고 촬영했다. 하지만 이후 성인이 된 당사자가 알몸 사진을 앨범 커버로 쓴 것이 아동 성 착취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이 앨범 커버는 너바나의 음악만큼이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❺ 2000년대: 칸예 웨스트 – [The College Drop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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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인형 옷을 입은 ‘칸예’가 고등학교 체육관 관중석에 앉아 있다. 바로 그의 전설적인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의 커버다. 당시 칸예가 입은 곰 의상은 촬영이 진행되었던 고등학교 소유였는데, 학교 측이 의상 판매를 거절해 칸예는 결국 곰 의상을 새로 제작해야 했다. 이후 ‘드랍아웃 베어’라 불리는 곰 캐릭터는 칸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여러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에 반복 등장하게 된다.

❻ 2010년대: 빌리 아일리시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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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하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빌리’.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눈동자가 없다. 빌리는 흰색 콘택트 렌즈를 착용한 채, 12시간 동안 침대에서 다양한 포즈로 앨범 커버를 촬영했다. 그녀가 인위적인 보정을 원치 않아 최소한의 편집만을 거쳐 탄생한 커버는 기괴하고 섬뜩하다. 단 한 장의 사진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담아냈고, 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빌리는 단번에 팝스타 반열에 오른다.

❼ 2020년대: 찰리 XCX – [Br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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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그린 색 배경에 ‘brat’이라는 글자만 덩그러니 쓰인 앨범 커버. 심플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 디자인은 사실 비용 절감을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당시 앨범이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찰리 XCX’는 앨범 커버에 최소한의 예산을 사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Brat]은 ‘브랫 써머’ 트렌드를 탄생시키며 2024년 여름을 온통 라임 그린 색으로 물들였다.

매력적인 앨범 커버 하나가 리스너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만든다. 앨범 커버는 음악이 담고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가장 조용하게,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전하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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