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마초를 넣은 그녀, 도자 캣(Doja Cat). 싱잉 랩, 밈 생산, 뉴스 헤드라인 생성 등 그녀만큼 핫하며 바쁜 아티스트는 어디에도 없다. 그녀의 충동적이고 모순적인 페르소나는 많은 추종자들을 양산할 만큼 매혹적. SZA와의 공동 작업물인 “Kiss Me More”로 그래미 상을 수상하고, 2022년 시상식에서 7개의 다른 상들을 수상했다. 현재는 Doja Cat이 아닌, ‘Doja Bat’의 별명을 얻은 그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그녀를 탐구한다.
대마 아니고 도자의 시작
흑인인 배우 아버지와 유대인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아이. 랩을 막 시작한 16살의 무렵, 중독된 대마초를 두고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Doja’라는 단어를 생각해낸다.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와 함께 어느덧 마음 속에 자리를 잡게 된 ‘도자 캣’이라는 부캐. 그녀의 음악 세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싱글 앨범 [Tia Tamera]는 당시 TV 시리즈였던 <Sister, Sister>와 매우 흡사하다.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과거의 온순했던 도자의 아웃핏은 <클루리스>를 연상케 할 정도. 주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보에도 여러 과도기를 거쳐 완성된 것이었다. 개러지밴드 활동과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꾸준히 만들어내던 데모 파일은 그녀의 음악성에 견인력을 부여했다. 16살에 학교를 그만둠과 동시에 빠져든 유튜브에서 좋은 멜로디를 찾아 자신의 소스로 재창작. 거기에 자신의 랩과 음악을 얹어 노래를 하기 바빴는데, 그러한 시점에서 시작한 사운드클라우드의 창작자 이름은 ‘Doja Cat’. 작곡과 창작 활동은 밤에 가장 왕성하게 진행이 됐고, 이윽고 탄생한 ‘Mooo!’다.
‘Mooo!’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지금보다 더한 세기말 감성. 초록색 커튼을 크로마키 삼고 귀여운 얼룩 소지만 절반쯤 드러낸 상의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을 녹여내었다. 본인이 직접 만든 영상에는 직접 삽입한 GIF 파일과 말도 안 되는 가사와 멜로디 전개가 완벽한 B급 감성을 탄생시킨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언급하며, 긴장된 아티스트들의 무대보다는 휴식과 약간의 유머를 강조했다.
그러세요 그럼
도자 캣을 본진으로 끌어올려 주기 충분한, 그녀만의 세계는 음악 시장으로 제대로 진입한다. 그녀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랩이 베이스지만 ‘Say So’ 같은 신스 팝부터, 틱톡의 밈으로 자리 잡은 ‘Juicy’까지. 차세대 여성 힙합 아티스트로써 화려한 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스로 니키 미나즈의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던 도자 캣은 니키와 함께 ‘Say So’의 리믹스 버전까지 출시하며, 마이너에서 메이저로의 입지를 다져왔다. 이때부터 였을까, 도자 캣의 팬들은 그녀의 예측 불허한 모습을 점차 불편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빌보드 1위 공약을 두고 ‘제대로 가슴을 보여주겠다’라는 말을 철회하고, ‘그 말을 믿은 여러분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SNS 라이브 방송은 뜨거운 감자.열심히 스트리밍을 해준 팬들을 기만했다는 반응에 그녀는 돌연 사과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게 된다. 진정으로 가슴을 보길 원하는 팬들은 자신을 그만 봐줬으면 한다는 말. 음악적 소신은 물론 자신의 커리어에도 분명한 철학이 있는 그녀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팬덤 ‘Kittenz’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트위터 멘션에서는 ‘팬이라면 그런 이름 붙이지 마. 그렇게 부를 거면 차라리 휴대폰을 꺼’. 이러한 저돌적 트윗에 ‘평소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라고 답변한 팬들에게 돌아온 말은 ‘내 엄마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지 모르겠네’라고 일관하였다. 상처받은 팬들은 언팔로우라는 회답으로, 그녀는 약 18만 명의 팬을 잃게 되었다.
브레이크는 없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묘한 이야기>에 출연 중인 배우 노아 슈냅에게 함께 출연 중인 조셉 퀸과 자신을 연결해달라는 DM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공개되어 화제가 된 것. 친분이 없는 미성년자 배우에게 대뜸을 연락을 하고, 그를 다시 저격한 행동에 비난이 거세지자 그녀 또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맞서 아예 그녀의 노선을 정하기라도 한 듯, ‘마이웨이’의 정석을 보여주기 시작한 도자.스키아파렐리 쇼에서 선보인,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간 ‘올 레드’의 크리스털을 붙인 그녀의 패션. 인스타그램의 포스팅에는 일루미나티를 찬양하는 이모지와 GIF 스티커를 첨부해 영상을 업로드하고, 최근엔 ‘Doja Bat’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쥐 타투를 등에 새겼다. 그녀의 전환점은 모든 일상에 가득하고 선보이는 아웃핏 연일 화제가 된다. 그녀의 메이크업과 착장들을 보고 일각의 ‘사탄이 들린 것’이라는 평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즐기기라도 하는 듯,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의 그녀. 그럼에도 도자 캣이 절대 추락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의 ‘재능’에 있다. 음악 산업의 제반에서는 그녀의 음악성과 멜로디 라인의 전개,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실. 그보다 더 나아가 패션 스테이지에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손님인 도자 캣을 누가 신에서 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