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디자이너들과 모델, 셀러브리티들은 언제나 패션계 최전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들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브랜드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들에게 집중된 관심을 당연하게 여긴다.
당연하니까, 그들의 뒤에서 공을 세운 다른 이들의 모습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만큼 중요한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컬렉션, 패션쇼를 보는 시야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디자이너와 영혼을 함께하는 사이다. 조명 뒤에 숨은 패션계의 일등 공신,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에 대해 알아보자.
에이셉 라키의 법정을 런웨이로 만들었다

힙합 씬의 대표적인 패셔니스타, 에이셉 라키. 그는 2021년부터 에이셉 랠리에게 총을 쏜 혐의로 법정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이 재판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그의 죄목도, 그의 유죄판결 유무도 아니었다. ‘오늘은 에이셉 라키가 어떤 옷을 입고 법정에 출두할까?’. 기자들의 카메라는 모두 그의 패션에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갈하고 위트 있는 수트 차림으로 평소 스트리트 패션을 자랑하던 그의 세련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키의 진심이 패션에 묻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 중심에는 스타일리스트 매튜 헨슨(Matthew Henson)이 있었다. 그는 에이셉 라키와 오랜 시간 함께한 스타일리스트다. 재판의 무게를 고려해 진지한 스타일링을 진행했고, 매튜의 이미지 전략은 에이셉 라키의 패셔니스타 위치를 더욱 견고히 만들었다. 에이셉 라키의 단정함이 법정 룩의 대표주자 ‘기네스 펠트로’와 함께 언급될 정도라고.
보테가 베네타, 루이비통 등 다양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 스타일리스트와 에디터 역할을 소화해 내고, 에이셉 라키의 브랜드 ‘AWGE’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누가 켄드릭 라마에게 그 바지를 입혔나

플레어 진 붐의 주역이 누구냐 묻는다면, 입 모아 켄드릭 라마를 언급할 것이다. 그가 슈퍼볼 퍼포먼스에서 입고 나온 셀린느의 플레어 진은 전 세계 패션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에게 셀린느를 입힌 스타일리스트는 ‘테일러 맥닐(Taylor Mcneill)’.

테일러 맥닐은 지금 가장 핫한 스타일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리우드 대세 ‘티모시 샬라메’만의 독보적인 분위기 역시 테일러 맥닐이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도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 도미닉 파이크 등 그녀의 손은 월드클래스에게 닿고 있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유지한 채 트렌드를 감각적으로 섞는 게 테일러 맥닐만의 능력이다.
팬클럽을 가진 스타일리스트의 등장

프라다의 세컨드 브랜드로 인식되던 브랜드 ‘미우미우’가 단숨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님의 트렌디한 감각에 부스터를 단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가 곁을 지킨 덕분이다.
21FW 시즌부터 미우미우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한 그녀는 스타일리스트임에도 팬클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타일리스트가 디자이너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러나 그녀의 스타일링 능력은 베트멍 시절부터 인정받아 왔다. 뎀나와 영혼의 케미를 보여주며 발렌시아가까지 함께 했다.

로타 볼코바는 미우미우의 로라이즈 룩을 완벽하게 스타일링하면서 소녀스럽기만 했던 미우미우를 발칙하게 만들었다. 성적인 매력부터 떠오르는 마이크로 스커트에 소녀 감성을 결합시키기란 쉽지 않았을 터.
베트멍부터 미우미우까지, 로타 볼코바는 시대를 스타일링했다. 과감한 시도에도 실패를 모르는 그녀는 ‘흥행 보증 스타일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저스틴 비버의 스타일리스트가 떠났다

10년 이상을 동고동락해온 저스틴 비버의 스타일리스트 ‘칼라 웰치’가 그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제나 타이슨이 그의 이미지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제나 타이슨이 합류한 이후에도 저스틴 비버의 오버핏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칼라 웰치가 과장된 스타일링을 즐겼다면, 제나 타이슨은 조금 더 자연스럽고, 구조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톤 다운된 컬러로 성숙해진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고.

제나 타이슨은 2022년 앨라배마 출신 래퍼 플로 밀리의 스타일리스트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신예다. 저스틴 비버처럼 그녀 역시 스포티한 스타일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저스틴 비버가 나이를 먹으면서 차분하고,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스타일리스트를 찾다가 그녀를 발견하게 된 게 아닐지.
스타들 뒤에, 패션쇼 뒤에서 이미지를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 패션 디자이너의 옷이 아무리 멋지고, 셀럽들의 핏이 아무리 좋더라도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은 중요하다. 결국 룩을 완성시키는 일은 그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 언제나 상생관계에 있는 존재이니만큼, 브랜드의 얼굴을 맡고 있는 스타일리스트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