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이번 달도 즐거운 음악 생활을 만끽하셨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 재밌는 앨범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디 아티스트들의 앨범까지.
성큼 다가온 가을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훅 들어오는 앨범들이 꽤나 있었다고.
에디터가 눈여겨 본 9월 발매 앨범 정리, 독자들의 최애픽은 무엇이었는가.
코르티스(CORTIS) [COLOR OUTSIDE THE LINES]

시작부터 이미 많이 언급된 코르티스라니. 논란 많던 ‘FaSHion’부터 숏폼을 지배했던 ‘GO!’. 하고 싶은 걸 하는 소년들이 모인 하이브의 새로운 보이그룹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프한 가사가 꽤나 인상 깊었다.
“후르츠 찜해놓은 상품에 있었던 벨트는 now on my 허리”
아이돌 가사에 패션 중고거래 앱 ‘후르츠 패밀리’가 나올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라인 하나로 조금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지만, 러프함 뒤에 든든한 사운드 엔지니어가 만진, 조금은 모순적인 깔끔한 믹스 마스터링은 역시 자본을 감출 수는 없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Teezo Touchdown’과 함께한 ‘What You Want’, 그리고 ‘JoyRide’ 같은 얼터너티브한 음악들은 밴드 스매싱 펌킨스와 같은 ‘스토너’ 사운드가 조금 섞인 탓에 어두운 밤에 소년들의 간지러운 감성을 느끼기 좋은 곡이었다.
하입 받은 ‘FaSHion’과 ‘GO!’은 이미 귀에 익숙하니, 감성적인 사춘기 소년미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다른 음악들을 들어보길.
시온(Sion) [eigensinn]

“미디어, 알고리즘, SNS로 과포화 된 시대 속에서 자라난 세대의 감정을 담은 앨범”이라는 소개를 가지고 있다. 소개가 참 마음에 든다. 이 앨범, ‘하이퍼 팝’ 앨범이기 때문.
SNS 과포화로 도파민의 극치를 찾아다니던 이들이 선택했던, 인터넷 시대의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장르다.
급발진 사운드로 사람들을 자극하며,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았던 시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일 터. 하이퍼 팝과 팝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생각한 시온은 이번 앨범에서 ‘신스팝,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슈게이즈’를 접목했다고 언급했다.
노스탤지어, 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과거를 그리워하는 현상을 일컫는 ‘아네모이아(anemoia)’. 인터넷 세대들에게 그가 언급한 장르들이 ‘아네모이아’ 현상을 겪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가 자라온 환경에 대한 미감을 꽤나 잘 표현했다고 생각되는 앨범 [eigensinn]이다.
추억 속 BGM 명작 게임 속에 접속한 듯한 반가움. 한 번쯤 하이퍼 팝, 슈게이즈와 같은 앨범을 취향으로 삼아본 적이 있다면 경험해 보자.
원슈타인(Wonstein) [TENT]

시골 소년 같은 앨범, 원슈타인의 정규 1집 [TENT]가 발매됐다. 앨범을 들으면 떠오르는 한마디는 “너 참 예쁘다”. 괜히 기특한 마음이 들고, 앨범이 진행되는 내내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뛰어들어야 된다는 걸 기억하자!”
유튜브를 통해 정규 앨범 완성 및 발매에 대한 행복한 마음을 밝혔던 원슈타인의 삶이 담긴 앨범이다. 래퍼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은 무거울 수 있지만, 원슈타인은 특유의 재치가 분위기를 살린다. 힘들게 살았네에서 그치는 게 아닌 응원하고, 또 응원받게 된다.
앨범 속 원슈타인의 목소리는 잠시나마 사회에 찌든 내 모습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특히 3번 트랙, 타이틀곡 중 하나인 ‘You Look So Good’의 산뜻한 드럼 앤 베이스 사운드와 초록 초록한 뮤직비디오가 이토록 잘 어울릴 수가.
웃어야 할 때 들으면 웃게 만드는 앨범. 오랜만에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을 들어 반가웠다.
카디(KARDI) [When The Lights Out]

거문고와 록의 만남, 밴드 카디(KARDI)는 증명했다.
2021년, JTBC <슈퍼밴드 2>에서 결성된 밴드 ‘카디(KARDI)’의 새로운 EP 앨범 [When The Lights Out]이 발매됐다. 록 음악에 한국의 소리를 결합한 음악이 큰 특징인 밴드. 심장을 뜻하는 ‘Cardi’에 한국적인 색채를 담고자 C를 K로 바꿨다고.
독특한 포지션, 음악적인 실력은 듣기만 해도 모두 알 수 있다. 이번 세 번째 EP 역시 수준급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전자음과 거문고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사운드 전개가 청취 포인트.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 비주얼이었다. 직접 몽골에서 촬영한 서부극 같은 ‘도깨비불’의 뮤직비디오. 서부극에 도깨비, 뮤직비디오마저 카디가 제안하는 ‘퓨전’의 미를 증명했다.
거문고와 뉴메탈 록, 리드미컬한 카디의 퓨전 사운드를 감상해 보자.
와와와(Wah Wah Wah) X 놀이도감 [UBUBU]

‘와와와(Wah Wah Wah)’와 놀이도감의 합작 앨범 [UBUBU]가 발매됐다. 와와와는 실리카겔 최웅희가 소속된 밴드, 놀이도감은 김춘추가 자신만의 사운드를 탐구하기 위해 만든 솔로 프로젝트다.
실리카겔만큼이나 밴드 씬에서 집중하고 있는 둘의 협업 소식은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앨범 소개에서도 볼 수 있는 축제 기획자 이수정의 라이너 노트에서는 “악곡에서 음악을 만든 사람과 음악을 들을 사람이 고려된 관계와 소통이 탁월하게 구현되었을 때 비로소 좋은 음악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언급됐다.
듣기 좋은 앨범, 이번 앨범에 어울리는 한마디였다. 와와와의 휘몰아치는 밴드 사운드에 융화되는 놀이도감의 몽환적인 사운드는 음양의 조화를 이끌어낸 듯하다.
각 뮤지션들이 어떤 사운드로 앨범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집중하다 보면, 그들이 말한 ‘음악적 완성도’에 관한 고민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을 터.
발로(Valo) [SF Introduces : Valo]

자이언티가 설립한 레이블 ‘스탠다드 프렌즈’의 폼이 요즘 장난 아니다. 자이언티, 원슈타인의 앨범 발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김산에 이어 새로운 아티스트를 영입했다. ‘발로(VALO)’는 SF 영입 기념 전통인 [SF Introduces : Valo)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 슬롬과 함께 했다. 프로듀싱부터 보컬까지 갖춘 발로의 음악적 역량이 비로소 완성된 순간이다.
디제이 프로듀서답게 전자음악부터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또 스탠다드 프렌즈 그 특유의 친근한 감성 역시 찾아볼 수 있었다.
팔색조 아티스트 발로의 [SF Introduces : Valo]를 통해 그의 모습을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