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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우 인터뷰 : 홍대 인디 1세대, 차승우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차승우, 조선 펑크의 전설이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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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거리 놀이터에 차승우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 – 백현진

대한민국 1세대 밴드 붐의 주역, 노브레인 창단멤버 차승우는 현재 연남동의 작은 바 ‘나카스하이볼클럽’에서 손님들에게 술을 건네고 있다. 로큰롤이 연상되는 길고 정갈한 구레나룻, 여전히 고수중인 프레드 페리, 그리고 베스파까지. 차차는 여전히 문화를 사랑하고 있었다.

홍대 인디 1세대를 대표하는 ‘조선 펑크’의 상징적인 인물에게 요즘 눈여겨 보는 밴드를 물어봤다. 신인 밴드의 이름을 고민도 없이 말했다. 지금도 음악에 진심인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드럭 클럽에 드나들던 고등학생에서 신인 밴드들의 동경을 받기까지. 그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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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데뷔 29년 차, 스스로를 음악 낭인이라고 칭하고 있는 차승우입니다.

최근에 우연하게 공연을 한 번 하고 난 이후에 활동 재개 모드가 돼서 다시 음악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 보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Q. 6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나?

A. 휴지기 6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부친을 여의기도 했고, 10년간 함께한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건강 이상이 크게 생겨 깜짝 놀라기도 했죠. 음악을 손에 놓고 있던 기간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Q. 마음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다.

A. 뭐 불행의 연속이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큰 줄기만 얘기한 거예요. 불교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 사람 사는 것처럼 산 겁니다.

Q. 그럼에도 최근 공연의 뜨거운 분위기가 영상 밖까지 느껴졌다. 차승우는 여전히 불타고 있는 듯하다.

A. 아직 못한 말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제 기질 자체가 약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잘 흥분하기도 하고, 금방 연소하기도 하죠. 공연할 때는 그런 에너지의 흐름이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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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브레인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잘나가던 노브레인에서의 갑작스러운 탈퇴, 이유가 있었는지.

A. 어떤 요인이 한 가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부부가 만나서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복잡다단하고 감정적인 것도 얽혀있고. 서로 여러 가지 견해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 빠이빠이 한 겁니다. 물론 모든 게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는 경우는 없겠죠.

그리고 밴드니까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차이가 있었고요.

Q. 지금은 그때 멤버들과 잘 지내고 있나?

A. 지금은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음악적인 파트너십이 있는 관계였지만, 기본적으로 친구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서로 친구로서 응원했죠. 제가 처음 음악 커리어를 시작했던 팀이기도 해서 서로 계속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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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브레인 시절부터 문 샤이너스, 모노톤즈 그리고 ‘momo’와 ‘오늘’ 솔로 활동까지 다양한 장르와 함께 했다. 펑크가 아닌 다른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A. 일단 음악적인 기조는 취향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다 보니 그런 겁니다.

‘펑크’라는 단어를 언급하셨는데, 저는 제 자신을 ‘펑크 로커’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펑크는 음악 장르이기도 하겠지만, 하나의 애티튜드이자 문화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펑크를 버리지 않고 계속 받아지닌 상태로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Q. 음악적으로 동경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A.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얼마 전에 20년 밴드사를 마감하고 해체 소식을 전했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동시대 같은 동료 음악인으로서 저에게 굉장히 울림이 큰 아티스트이자 개인적으로 팬이라고 자처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음악을 했습니다.

최근 제가 60-70년대 바이닐을 모으고 있는데, ‘신중현 사단’. 신중현 선생님 엄청 존경합니다. 음악인, 연주자로서 ‘먼치킨’에 가까운 사기캐이고, 대한민국에 다시 있을 수 없는 불세출의 뮤지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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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릴 때 비틀즈, 섹스 피스톨즈 등 영국 밴드를 동경했다고. 그리고 21세기에 태어난 인터뷰어도 노브레인 시절의 차승우를 동경한다. 같은 시대를 향유하지 않았던 누군가를 동경 고등학생에서 동경 받는 음악 선배의 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감정인가?

A. 어깨가 무거워지고, 좀 더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저 말을 들을 만큼 가치가 있는가? 생각하면 거기에 못 미칠 때가 많아서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기분도 너무 좋습니다. 칭찬 중에 가장 큰 칭찬인 거니까요. 돌이켜 보면 제가 유일하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일이 음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칭찬받으려고 음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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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자신의 과거 공연 영상을 자주 챙겨 보는지?

A. 일단, 주위 사람들이 “너 이거 뭐냐” 하면서 자꾸 뭔가를 보여줘요. 그래서 자주 본다고 할 수 있죠.

Q. 가장 떠오르는 공연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모두가 찾아볼 수 있는 공연이면 좋겠다.

A. ‘2001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그때 노브레인 영상들을 자주 봐요. 관중들의 에너지도, 노브레인의 모습도, 대한민국에 이런 반짝하는 순간이 있었구나 생각하면 아득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그렇죠.

내가 저렇게 어렸구나 이런 느낌?

Q. 크라잉넛 한경록의 칼럼 중 공연에서 “안녕하세요. 사실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 공연 오는 길에 보컬이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라고 말했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미리 준비했던 멘트였나?

A. 공연하기 한두 시간 전쯤? 연대 노천 광장인데 거의 락페였어요. 고등학생으로서 너무 큰 무대에 서는 거잖아요. 델리스파이스, 자우림의 전신이었던 ‘CCR’ 과 같은 동경하던 이들이랑 함께하게 됐는데, 거기서 뭘 해야 하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연장까지 다 와 가자, 망했다 싶어 ‘사람들 관심이라도 끌고 봐야겠다’ 하고 생각했던 게 그 멘트였습니다.

제가 “뻥입니다” 하니까 난리가 나서 공연 텐션이 굉장히 좋았죠.

Q. 불교를 믿게 되었다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꽤 상반되는 행동인데, 불교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A. 연이 있습니다. 외할머니 슬하에 자랐는데, 저를 기르시면서 항상 염불하시고 기도하시는 모습이 익숙했거든요.

불교가 어렵고 심오하다 같은 인식이 있지만, “편한 게 땡이다”라는 큰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편해지는 방법에 대해 가장 연구가 치열했던 종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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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큰롤 야만인’, ‘저니맨(Journey Man)’, ‘낭인’. 범상치 않은 수식어들에는 ‘자유’가 내포되어 있다. 차승우의 삶은 자유로웠는가?

A. 비주류이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 상황을 십분 즐겨왔던 것 같습니다.

Q. 오래전부터 ‘프레드 페리’ 사랑을 보여 왔다. 차승우에게 프레드 페리는 어떤 매력으로 다가왔나?

A. 제가 동경하던 뮤지션들이 즐겨 입었던 착장이고, 상징적인 브랜드예요. 60-80년대에 걸쳐 영국 서브컬처 씬에 있던 밴드들을 보며 영향을 받았죠. 한 98년 경부터 입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제 이미지가 된 것 같네요.

Q. 인디 음악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1세대 홍대 인디를 대표하는 ‘차차’의 눈에 띄는 밴드가 있다면?

A. ‘봉제인간’의 음악 듣고 정교하고 훌륭하다고 생각을 했고, ‘소음발광’. 직접적인 친분은 없지만, 야성이 살아 있는 록 음악 다운 록 음악을 하는 유닛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감동했어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준비 중인 앨범이 있나?

A. 이제는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일회성으로 시작됐던 프로젝트라 처음 가는 설계도가 바뀌어서, 밴드 멤버들과 고민도 좀 해보고,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의 밴드로서 항해해야 할지 고민하고 토론해야죠.

이제 위대한 항해를 떠나야죠.

Q. 마지막으로 1세대니만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까불면 죽인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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