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언어, 국경을 유연하게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예지(Yaeji)가 6년 만에 단독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번 아시아 투어는 2023년 발매된 정규 1집 [With A Hammer]를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
‘내면의 감정과 분노의 해체 과정’을 서사적으로 담아낸 이 앨범에서 예지는 손에 든 망치와 함께 억압과 장벽을 부수며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2년이 흐른 지금, 분노를 끌어안은 채 들었던 망치는 어느덧 타인의 벽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손짓이 되어가고 있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에 몰두하며, 깊이 공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라이브 공연이 주는 가장 근본적인 힘 아닐까. 어쩌면 예지의 손에 쥐어진 망치는 그 경계를 허무는 매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예지의 무대를 기다린 만큼 그녀 역시 우리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Q1. 6년 만에 한국에서 단독 공연이 열립니다. 지난해 여러 행사로 한국에 방문했지만 단독 공연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나요?
A. 한국 공연은 저에게 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한국계 미국인이기도 하고, 가사 중 일부 —때로는 대부분— 를 한국어로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 한국은 제가 자란 곳이자 가족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처음에는 미국 친구들에게 가사의 의미를 숨기려고 한국어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사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한국에 있을 때 더 깊이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한국 공연은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더 잘 해내고 싶기도 하죠. ㅎㅎ
Q2. 해외에서 음악 작업을 할 때 한국어 가사는 ‘솔직한 표현의 수단’이었다고요.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활동이 활발한 요즘, 이곳에서 예지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요?
A. 이제 언어 자체에 대해서는 덜 생각하고 있어요. 대신 ‘소리는 감정이고 음악은 말없이 전하는 대화’라는 걸 점차 이해하고 있죠. 요즘 제가 설레는 부분이 바로 그거예요.

Q3. ‘With A Hammer 아시아 투어’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합니다.
A. 2023년 발매한 정규 1집 [With A Hammer]의 주요 테마는 ‘저와 제 분노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망치의 탄생’입니다. 이번 공연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세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4. 이번 공연의 사운드와 조명, 그리고 무대 연출 전반을 직접 디렉팅했죠.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A. 본능적으로, 저는 시각적인 것에 예민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무대 배경이나 LED, 우리 팀의 대형과 안무 등의 시각적인 요소들이 저에게는 아주 중요하죠.
이번 공연에 안무가 ‘모니카 미라빌’이 함께 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낯선 영역이었지만 움직임을 통해 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초반에는 그런 것들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 외에도 이번 작업은 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믿고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했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디제잉을 하거나 장비와 악기를 이용해 라이브로 연주하고 트리거(재생)하는 대신, 그냥 노래하는 것에 집중하며 보컬에 몰두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제 프로덕션과 거의 유사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보컬 시스템을 구축했죠.

Q5. 예지에게 라이브 무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와 공명하는 관객들과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존재하고, 서로 소통하는 것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기 때문에— 은 그 자체로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With A Hammer]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쯤,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내면의 분노가 나를 통과할 때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음악이 완성되고 발매되었을 때조차도 그 답을 알지 못했어요. 이후 2년간 이 앨범과 함께 투어를 다니며 음악에 깊이 공감해 준 사람들을 만났죠. 그제야 분노가 다른 무언가로 변환될 때 어떤 모습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Q6.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9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아티스트로서 가장 크게 변화했다고 느끼는 점이 있나요?
A. 저는 9년 전에도 음악을 만들기 전, 먼저 ‘Kathy Yaeji Lee’로서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저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성장해왔습니다. 30대에 접어들었고, 전 세계를 여행했고, 가족과의 관계도 변화했으며, 정말 소중한 친구들로 이루어진 멋진 네트워크를 갖게 되었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저는 아주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든 변화들이 제 음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음악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니까요.
Q7. 최근 자주 떠올리는 생각이 있을까요?
A.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작은 벽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렇죠?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벽을 세우고, 나름의 규칙들을 가지고 있죠.
그 벽을 내려놓고 온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될 때 —그리고 타인이 진짜 자기 모습으로 존재하는 걸 보게 될 때— 는 정말 드물고 아름다운 순간이에요. 종종 라이브 공연에서 사람들과 물리적인 공간에 함께 있을 때 그런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물론 저는 혼자 음악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요. 제가 예민하고 수줍은 편이라 혼자만의 시간과 사적인 공간이 있어야 몰입의 흐름에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진정으로 ‘몰입’한다는 건, 결국 우리가 한 공간에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Q8. 마지막으로, 이번 단독 공연에서 함께 할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A. 제 소중한 어니언들! 함께 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