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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에 관심이 없어질 때, 힙합은 죽는다

XXL Freshman Class를 지금도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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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힙합 프로그램 <쇼미 더 머니 10> 무대에 출연한 이찬혁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 ’불협화음 (Feat. AKMU)’- Mudd the student 가사 中

당시 이찬혁은 GD 병에 걸려 일침을 놓는 척하는 거라며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쇼미더머니>는 시즌 11을 끝으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았다. 후에야 이찬혁의 가사가 재조명 받게 되었지만, 힙합 음악이 찬란했던 시기를 지나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빌보드 차트에 힙합 음악이 과거처럼 오르지 않는다고 망했다는 것은 아니다. 켄드릭 라마, 칸예 웨스트 등 여전히 셀러브리티 파워를 자랑하는 아티스트들이 넘쳐난다. 최근에 떠오른 신예 ‘투홀리스(2holis)’는 힙합과 전자 음악을 줄타기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여러 메이저 래퍼들에게 언급되고, 마크 제이콥스 바이 헤븐, 미우미우 런웨이 등 패션 시장까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래퍼 ‘넷스펜드(Nettspend)’도 다음 세대로 지목된다.

세대교체는 순항 중이다.

힙합의 인기에 관해 한국의 상황도 이야기해 보자면 식케이를 중심으로 활약 중인 ‘KC’, 해외 신예 아티스트 투홀리스와 협업하는 모습을 보이는 ‘에피(Effie)’, 염따의 [살아숨셔 4] 등 플레이리스트에 힙합 음악을 하나둘씩 넣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과거만큼 이들, ‘힙합 루키’를 향한 관심이 현저히 적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어떻게 루키들을 발굴해냈나, 잊히고 있는 ‘XXL Freshman Class’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디깅이 어렵다면 여전히 이만한 루키 발굴 장소가 없을 것이다.

루키 인증 딱지였다

1997년부터 운영된 힙합 매거진 <XXL>은 2007년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매년 떠오르는 래퍼들을 선정해 잡지 표지 모델과 사이퍼 영상을 촬영하는 ‘XXL Freshman Clas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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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콜, 맥 밀러, 켄드릭 라마, 트래비스 스캇 등 수많은 유명 래퍼들이 XXL 프레시맨을 거쳤다. 신인들만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그해 ‘떠오르는 래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신예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래퍼들이 다수라 루키 인증 딱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

전설의 2016년

메이저 래퍼들을 대거 배출해낸 XXL 프레시맨에 역대급 시즌이라고 불리는 해가 있다. 바로 2016년.

‘릴 우지 버트’, ‘릴 야티’, ‘코닥 블랙’, ‘덴젤 커리’, ‘지 허보’, ‘데이브 이스트’, ‘릴 디키’, ‘앤더슨 팩’, ‘디자이너’, ‘21세비지’.

논란도 많았다. 웅얼거리는 ‘멈블 랩’이 막 등장하던 시기였기에, 이게 무슨 랩이고 힙합이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트렌디한 힙합과 알앤비 사운드의 개척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사이퍼 영상 역시 이후 나온 것들에 비해 좋은 퀄리티를 보여줌으로써, XXL Freshman Cypher 중 역대 최고 조회수를 자랑한다.

차기 프레시맨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자면, 2017년 ‘XXXTENTACION’, ‘플레이보이 카티’, ‘아미네’, 2018년 ‘릴 펌프, ‘트리피 레드’, 2019년 ‘다베이비’, ‘거너(Gunna)’, 2020년 ‘베이비 킴’, 24kGoldn’, ‘폴로 지’, 2021년 ‘이안 디올’ 등이 있다.

2021년을 끝으로 XXL Freshman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지기 시작한다. 우연일지 이찬혁의 힙합이 안 멋지다는 가사가 나왔던 시기와 겹친다.

그럼에도 봐야 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21년도까지 힙합 문화를 열정적으로 향유했던 기억이 있을 터. 그러나 이후에 눈에 띄는 루키가 안 보인다거나, 디깅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XXL 프레시맨을 꾸준히 주목해야 한다.

“요즘 루키들은 별로라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잠시 과거를 떠올려보자. 아닌 사람은 물론 아니겠지만 릴 우지 버트, 플레이보이 카티가 입지를 다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열광했다. 아마 지금도 많은 힙합 팬들이 그들을 사랑하고 있을 테다. 그러나 윗세대들은 그들에게 래퍼가 아니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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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한 적이 있다. 정말로 지금 떠오르는 래퍼들이 ‘별로’라서 듣지 않는 건지, 오래 듣던 음악에 익숙해져 귀를 닫아버린 것인지 의심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XXL 프레시맨에는 힙합 시장에서 촉망받는 루키들을 계속해서 선택하고 있다. ‘도치’인지, ‘도이치’인지 했던 ‘도이치(Doechii)’는 2022년 XXL 프레시맨 클래스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2025년에는 제67회 그래미 어워드에 베스트 랩 앨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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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으로 UK 드릴을 대표하는 래퍼 ‘센트럴 씨’는 2023년에 XXL 프레시맨 클래스에 선정됐다. 센트럴 씨는 오래전부터 활동해왔다. ‘Loadin’, ‘Doja’ 등 히트곡을 남기며 XXL 프레시맨 출연 전부터 힙합 씬에 이름을 알렸다. 그 역시 한 해를 이끄는 래퍼로서 출연했다.

2024년 XXL 프레시맨 ‘캐시 코베인(Cash Cobain)’은 돈 톨리버의 ‘Attitude’ 피처링으로 빌보드에 진입하기도 했다.

원석들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2025 XXL Freshman Class 싸이퍼가 공개됐다.

다른 문화도 마찬가지다. 상업성 있는 루키의 등장은 해당 문화의 성장성을 증명한다. 그만큼 문화를 사랑한다면 고유의 것을 지키는 것만큼 루키 발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XXL Freshman Class싸이퍼에 참여한 루키 아티스트들의 음원까지 한번 감상하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사람이 누군지, 예측하는 재미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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