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배우 비요른 안데르센이 향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70년대 초, 한 편의 영화로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는 그렇게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식어는 비요른이 평생 부정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가장 완벽한 미소년을 찾아야 한다
비요른 안데르센은 이탈리아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가 연출한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비스콘티는 미소년 ‘타지오’ 역을 맡을 완벽한 배우를 찾기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았고, 오디션 현장에서 15살의 비요른을 발견했다.

투명한 피부, 중성적인 얼굴과 강렬한 눈빛. 감독에게 비요른은 ‘완벽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원래 비스콘티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큰 키를 가지고 있었지만, 감독은 배역의 이미지를 수정해 그를 단번에 캐스팅했다. 그 순간부터 비요른은 ‘타지오’로 불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비요른 안드레센’이 아닌 ‘미소년 배우’로만 소비하기 시작했다.
새장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평생을 따라다닌 수식어는 그에게 있어 찬사이자 저주였다. 세상은 그의 내면보다 외적인 것에 열광했고, 그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사실 그의 꿈은 음악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뮤지션을 꿈꿨지만, 주위의 시선은 언제나 그의 외모에 머물렀다. 할머니는 잘생긴 손주를 스타로 만들고 싶어 했고, 모델이나 배우가 되길 강요했다. 결국 그의 꿈은 가족의 기대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성은 어린 나이의 그에게 버겁게만 느껴졌다. 비스콘티와의 작업 이후 그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성숙하지 못한 나이에 감당해야 했던 시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착취,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말에 가려진 폭력이 늘 따라다녔다.

게다가 비스콘티 감독은 그의 아름다움을 독차지하려고 했던 것인지, 3년을 독점 계약해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비요른은 당시 그의 소유물로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내 인생을 망쳤다
그는 훗날 ‘영화가 내 인생을 망쳤다’라고 말하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 고백엔 단순한 원망보다 훨씬 깊은 체념이 담겨 있었다.
“그때를 후회하진 않지만 다시 돌아가면 선택을 바꿀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점차 적응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는 여전히 음악을 향한 열망이 남아 있었다. 그는 틈틈이 악기 앞에 앉아 자신만의 세계를 지켰다. 그렇게 중년이 된 비요른 안드레센의 삶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9년, 비요른 안드레센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미드소마>에 출연하며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섰다. 짧은 등장에도 그는 잊히지 않았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표정은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주었다.

비요른 안드레센은 평생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잃고, 또 되찾으려 했다. 그의 삶은 찬사와 상처, 그리고 긴 침묵으로 이어진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새장 속에서 오래도록 날개를 접고 있었지만, 아마 지금쯤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