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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 뒤에 가려진 우디 앨런의 기이한 페티쉬

최고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그 이름, 그 뒤에 가려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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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거나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스토리가 견인하고 있는 근현대 서양 문학의 사랑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터. 후속으로 발표한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블루 재스민>은 몰락한 최상류층의 뉴요커 여성을 비추는 영화다. 자신의 삶에 안주하지 못해 정신 착란을 보이는 각본에 따뜻하지만 공허한 아름다움의 영상미가 ‘우디 앨런’의 작품들이자 그만의 장기. 

그가 이야기하는 ‘사랑’에는 나름의 파렴치함을 보여주는데, 이에는 본인의 자전적 경험과 시각이 반영된 듯하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창작하는 모든 것에 관여하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져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민한 뉴요커’의 별명을 가진 남자, 우디 앨런은 누구인가.


뉴욕대 1학년 ‘헤이우드’
클라리넷, 색소폰과 같은 재즈를 사랑하는 고등학생 ‘헤이우드 앨런’은 ‘우디 앨런’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사에 기고했다. 당시 유명했던 칼럼니스트 ‘얼 윌슨’이 그의 글 솜씨를 좋게 보았던지, 연예인들을 풍자하는 그의 칼럼 요청으로 용돈벌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우디는 뉴욕대 영화 전공으로 대입에 성공하지만 그 또한 엉망인 학교생활로 중퇴를 선택. 

얼마쯤 지났을까, 방송 작가와 프로듀서, 코미디언 등 브라운관에서의 활동으로 우디는 그의 행보를 펼쳐나간다. 참고로 방송에서의 그의 특기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부담스럽지 않게 재미로 승화시킨다는 것. 더불어 세밀한 각본과 아마추어스럽지 않은 촬영 방식은 그의 필모그래피 활동을 열어주는 토대가 되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60년대 중반까지 방송과 관련한 모든 활동에서 얻은 그의 결론은 ‘제작자가 통솔해야 한다’는 것. 각본과 감독, 심지어는 예산안 집행까지 진두지휘하던 그가 성공작으로 출발한 1977년 개봉작 <애니 홀(Annie Hall)>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로코물’이라고 부르는 현대의 사랑 이야기와 시트콤의 전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작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로 분류되지만, 애니 홀은 전지적 남자 주인공 시점이다. 본인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판해,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한 것도 꽤나 자전적인 경험처럼 보이는 요소. 마치 우디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알다가도 모를 주인공의 심리를 나타내는 대사 ‘남녀관계도 그런 것 같아, 비이성적이고 광적이야’.


내 아내는 미성숙한 여자였습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과 자리하는 것을 즐기고 편안함을 느꼈던 우디. 전처였던 미아 패로우 사이의 입양 딸, 순이 패로우와의 사랑 이야기는 세간을 충격에 빠뜨렸다. 외출하는 날마다 보모에게 우디와 순이를 가까이 두지 말라던 미아의 당부에, 편안함이 독이 된 시점에서 파생된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외출을 하고 돌아온 미아가 우디의 서재에서 딸 순이의 나체 사진을 발견하게 된 것. 이혼 소송 당시 그는 본인의 소아성애 기질을 어느 정도 인정한 진술을 실토했고 이는 이혼으로 직결됐다. 시간이 흘러 미아는 우디 이전에 있던 자녀, 우디와 함께 입양한 자녀 총 6명의 가족으로 분가하게 된다.


추악한 말, 말, 말
미아와 우디 사이에 양육권 논쟁과 이혼 소송 당시 법적 증거로 채택된 것은, 둘 다 가정에 대한 폭력적인 과거를 인정한 사실. 그러나 그에게 더한 비난이 가해질 수 있었던 것은 미아와 우디 사이에 있던 다른 입양 딸, 딜런 패로우의 뉴욕 타임스 게재 기사였다. 

미아와 이혼할 당시 법정에서도 언급이 됐던 우디의 ‘은밀한 다락방’은 순이에 이어 딜런도 피해 갈 수 없었다는 것. 순이의 무릎에 얼굴을 맞대고 신음을 내던 그. 엎드려 누워서 전기 기차 세트를 가지고 놀라던 우디가 당시 7세였던 딜런을 성폭행했다는 이야기로 그에 대한 여론을 완전히 점철시켜 나갔다.


아티스트들은 그를 손절하게 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우디와 미아지만, 배우들이 우디를 달가워할 수 없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과거에 있다. <애니 홀>의 주인공이었던 다이엔 키튼의 골든 글로브 수상 소감을 두고 우디의 아들, 로넌 패로우가 남긴 트윗도 점입가경이다. “우디 앨런의 헌사를 놓쳤어요. 한 여성이 7세에 자신이 성폭행 당했던 사실을 공개적으로 넣었나요?”라고 쓴 것. 

한 인터뷰에서 우디는 “<블루 재스민>으로 나와 케이트 블란쳇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우리 둘 모두 작품이 마무리된 시점부터 연락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티모시 샬라메, 주드 로, 셀레나 고메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장식한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작품 출연진 과반수가 영화 출연료를 성폭행 피해 단체에 기부하거나, 다시 반납한 사실도 비슷한 맥락이다.


결혼도 세 번, 사랑도 세 번
21세기에 들어서도 많은 사랑을 노래한 우디의 작품에는 독특한 교집합이 자리한다. 영상 연출, 각본과 캐스팅, 예산과 촬영 기획 등 오로지 그만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일종의 ‘독재’. 우디가 가진 특유의 고집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자전적인 경험과 그의 인텔리적 사고방식을 녹여내는데 일조한다. 그가 가진 사랑에 대한 가치는 휘발적이고 유한한 것. 

<미드나잇 인 파리>가 르네상스를 찬양하고 당대의 예술가들을 위트 있게 재해석해 파리의 아름다움을 비춘 데에 이면이 있다. 단순하게 약혼녀와의 혼인 가약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기엔, 벌써 한 영화에만 세 명의 여인을 사랑하는 주인공.


아름답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아
여러 갈래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도 마찬가지. 배급사의 욕심으로 원제인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를 곡해했다는 평이 있었지만, 사실 영화 속 내용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여자들은 아름답고, 남자들은 재치 있고 영웅적이며, 누구도 끔찍한 문제를 겪지 않는다고 고상하게 말하기엔 우디가 각색한 모든 명작들은 그의 거추장스러운 과거가 발목을 잡기 때문. 

<블루 재스민>으로 중산층의 삶을 비꼬면서, 철학적인 내용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시니컬한 삶의 자세에서도 비롯된다 말할 수 있다. 유럽을 사랑하는 예민한 뉴요커이기에, 퇴색한 뉴욕을 그려내고 몽환이 가득한 유럽도 만들어 낼 수 있을 터.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만의 지고지순
기구한 삶을 살아오면서 올해로 90대의 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디. 여러 갈래의 사랑에서 고민하는 <미드나잇 인 파리> 주인공의 모습도 감독인 우디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문하는 느낌이 든다. 지난 세월과 함께한 일부 이슈들을 부정하며, 자신의 딸이자 현재의 와이프를 두고 ‘스캔들’이라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 

그의 고고하지만 아름다운 작품 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과거가 현재와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자신을 시니컬하고 미친 노인 취급하는 것을 부정하며 평범한 중산층의 미국인이라고 하는 데에도 분명한 골조는 있는 듯하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우디가 걸어온 삶에 기승전결을 만들어 준 것은 확실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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