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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임성빈이 그립다

힙합 루키 빈지노의 탄생 뒤에는 피스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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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 래퍼

20대의 임성빈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P’Skool 음악은 한 번쯤 찾아 들어봤을 터. 

프라이머리 스쿨, 줄여서 피스쿨. 2000년대 중반에 ‘프라이머리’를 주축으로 활동했던 ‘힙합 밴드 프로젝트’다. 

피스쿨, 힙합

멤버는 총 5명. 총 2장의 정규 앨범. 트랙마다 피처링 라인업이 화려하다. 다이나믹 듀오부터 도끼, 더콰이엇 그리고 팔로알토까지. 

프라이머리, 힙합

당시 한국 힙합 씬에서 ‘밴드’ 기반의 사운드에 외부 뮤지션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사례는 드물었다. 그래서 색다른 시도로 평가받곤 했는데. 

음악적인 측면도 마찬가지. 단순히 랩과 비트 중심의 힙합이 아니라 라이브 악기부터 전자 피아노까지 다양한 악기를 썼다. 

프라이머리가 박스를 쓰기 시작했다 

프라이머리, 피스쿨, 1집

1집 제목은 [Step Under The Metro]. 초기 프라이머리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는 음반이다. 

프라이머리를 상징하는 ‘박스’ 역시 이 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음악으로만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 

프라이머리, 박스

앨범은 당시 유행하던 붐뱁 스타일과 다르게 악기 소리가 생생하게 구현돼 있다. 

다이나믹 듀오, 가리온, TBNY, P타입, 데드피, 진보, 더콰이엇 등 한국 힙합의 역사를 써 내려간 MC들의 목소리가 함께 담겼는데. 마치 수확의 계절에 느끼는 풍족한 기분을 그대로 전해준다. 

2집으로 건너가기 전, 1집 이후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는데. 원래 프라이머리가 전곡을 작곡하고 이센스가 랩을 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었다. 

그래서 잘 들어보면 1집 히든트랙에 이센스가 비트 없이 아카펠라로 랩을 하는 구간이 있다. 일종의 예고였던 것. 

빈지노, 힙합 루키의 탄생

빈지노, 래퍼, 힙합

1집 발표 후 피스쿨은 무려 3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데뷔 앨범 이후 여러 한계에 부딪혔고, 멤버 개개인의 커리어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 

총 3년 중 2년의 작업 기간 동안 이들은 ‘진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나머지 1년 동안은 전작과 다른 범위의 음악을 탐색하는 데 투자했다. 

덕분에 전작에서 다소 아쉬웠던 ‘통일성’ 면에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향상됐는데. 

여기에는 강력한 메인 MC, 빈지노의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쌈디, 프라이머리

사실 처음엔 쌈디를 메인 래퍼로 기용하려고 했으나 스케줄 때문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쌈디가 빈지노를 추천했다. 당시 DC 트라이브에 재미 삼아 작업물을 올렸던 빈지노의 랩을 듣고 캐스팅으로 이어진 것. 

* DC 트라이브 : 한국 힙합 초창기 개설된 커뮤니티 사이트로 지드래곤, 사이먼 도미닉, 허클베리피 등이 활동했다. 

디씨트라이브, 커뮤니티

프라이머리 역시 ‘쌩 신인’을 쓰는 게 더 신선한 그림이 나오겠다 싶어서 승낙했다. 

결과물은 역시나 성공적. 그동안 씬에서 보지 못했던 플로우와 그루브를 갖고 등장한 ‘루키’의 탄생에 많은 리스너들이 환호했다. 

힙합 밴드의 시대가 저물다 

일리네어, 빈지노, 더콰이엇, 도끼

2010년대에 들어 한국 힙합은 비트메이킹과 레이블 중심의 구조가 강화됐다. 

즉, 지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국 힙합의 메인스트림 형태가 정형화되기 시작한 것. 

이 변화 속에서 피스쿨의 ‘밴드 힙합’도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멤버들도 각자의 음악과 삶을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리스너들은 여전히 피스쿨을 기억한다. 

오늘날 ‘힙합 붐’이 있기 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반을 다져온 중요한 조각이기 때문. 

프라이머리,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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