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일본은 남녀 할 것 없이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기무라 타쿠야’ 한국에서는 ‘김탁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일본의 90년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1993년, 드라마 <아스나르 백서>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기무라 타쿠야. 잘생긴 모범생 역할로 등장한 ‘너드남’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은 이 <아스나로 백서>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건 시작이었다. 무려 15년간 일본의 여성들이 즐겨 봤던 잡지 <앙앙(anan)>의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1위’를 기록했다고.

배우로서만 성공한 건 아니다. 그는 원래 아이돌 그룹 ‘SMAP의 출신이다. 무려 28년간 명맥을 이어온 ‘SMAP’은 일본 내에서 대단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장발과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 일본의 스트리트 스타일인 우라하라 스타일까지 소화하며 패션에서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니. 괜히 90년대를 기무라 타쿠야로 대변한다고 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에 빠졌다면, 이미 90년대 일본의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볼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에디터가 준비한 기무라 타쿠야 출연작 5가지. 화끈하지만 몽글몽글한 90년대 청춘들의 러브 스토리를 확인해 보자. 그의 얼굴만 보고 있다가는 더 설레게 만들 이야기를 놓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길 바라며.
❶ <아스나로 백서(あすなろ白書)> , 1993
그를 ‘SMAP’의 기무라 타쿠야가 아닌, ‘기무라 타쿠야’로 일본 최고의 스타로 만든 작품이 바로 <아스나로 백서>다. 첫 주연인 만큼, 완전 메인은 아니었고 주인공의 친구인 서브 남주였다. 큰 뿔테안경을 쓴 전형적인 모범생 이미지를 하고 백허그를 하며 뱉은 대사 하나가 일본 여성들을 초토화시켰다.
“나로는 안되겠니? (俺じゃダメか)”
<아스나로 백서(あすなろ白書)> , 1993
기무라 타쿠야의 백허그와 대사는 여자들의 로망이 되었다. 이후 억지로라도 백허그를 하는 장면을 넣는 작품들이 다수 나왔다. 검은 뿔테안경이 잘 어울리는 최고의 ‘너드남’ 기무라 타쿠야를 만나고 싶다면 <아스나로 백서>를 꼭 봐야 한다.

❷ <롱 베케이션(Long Vacation>, 1996
“뭘 해도 잘 안되는 때.
그럴 때는 뭐랄까, 신이 주신 긴 휴가가 아닐까”
<롱 베케이션(Long Vacation)>, 1996

드라마 <젊은이의 모든 것>에서 장발의 기무라 타쿠야가 반항적인 이미지로 등장했다. 장발이 트레이드가 된 기무라 타쿠야는 <롱 베케이션>을 통해 드라마에서 최전성기를 누린다. <롱 베케이션>은 ‘잘생긴 연하 남자친구’ 로망을 채워줬으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유명했다. 젊고 매력적인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리던 ‘트렌디 드라마’의 대표적인 작품.
백예린이 커버해서 더 유명해진 쿠보타 토시노부의 음악 ‘LA LA LA Love Song’이 롱 베케이션의 OST이다. 시적인 대사들도 많이 나와서 기무라 타쿠야의 얼굴을 보는 맛, 대사를 듣는 맛까지 즐기고 싶다면 <롱 베케이션>을 추천한다.
❸ <러브 제너레이션(Love Generation)>, 1997
장발의 기무라 타쿠야는 멈추지 않는다. 롱 베케이션을 기점으로 기무라 타쿠야는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다. <러브 제너레이션>은 평균 시청률 30.7%로 90년대 일본 드라마 3위에 오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여주인공 ‘마츠 다카코’는 기무라 타쿠야와 직전 드라마였던 <롱 베케이션>에서도 함께 했다. <러브 제너레이션>에서는 작품 내 연인 사이로 다시 만난 것이다.
자기중심적이었던 둘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귀여운 고백 장면이 일품인 드라마. 90년대 일본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해당 작품이 궁금하다면 당장 검색 기능을 사용하도록.
❹ <히어로(HERO)>, 2001
드디어 나왔다. 기무라 타쿠야의 작품 중 최고의 평균 시청률을 가진 드라마 <히어로>. 무려 34.2%로 90년대 일본 드라마 평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히어로에서 다시 한번 마츠 다카코와 합을 맞췄다. 이 정도면 기무라 타쿠야 최고의 연기 파트너가 아닐까.

기무라 타쿠야는 히어로에서 정의로운 검사 ‘쿠리우 코헤이’ 역, 마츠 다카코는 검찰사무관으로 일하며 검사를 꿈꾸는 ‘아마미야 마이코’ 역할을 맡았다. 장발에 중졸 출신 검사, 홈쇼핑 중독까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정 파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는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에 ‘이런 나도 검사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드라마.
❺ <굿 럭!!(GOOD LUCK!!)>, 2003
유니폼으로 팬들의 마음을 훔칠 작정이었을까. 이번에는 비행기 조종사를 연기했다. 높디높은 평균 시청률이 이제는 놀랍지가 않다. <굿 럭!!>은 90년대 일본 드라마 평균 시청률 4위를 기록했다.
한창 지금의 한국처럼 해외여행을 즐기던 일본이었기에, 항공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대중들에게 흥미로웠을 것. 관심 가는 소재, 탄탄한 서사에 항공사 고증을 잘 표현한 드라마로 인정받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뒷이야기로, TBS가 경쟁 방송사의 드라마 <HERO>에게 평균 시청률 1위를 빼앗겨 버린 뒤 방송사가 어떻게든 1위 타이틀을 다시 가지고 오기 위해 막대한 돈을 이 드라마에 투자했다고.

기무라 타쿠야가 보여주는 구름 위의 삶, <굿 럭!!>을 통해 확인해 보자.

5개 중 90년대 드라마 평균 시청률 순위 1,3,4,5위가 모두 기무라 타쿠야 주연이라니. 사실 2위도 <뷰티플 라이프>라는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2000년 작품이다. 1-5위가 기무라 타쿠야 작품인 것이다.
‘90년대 = 기무라 타쿠야’라는 명제가 이제는 전혀 과장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기무라 타쿠야의 그 시절과 간접 연애 충분히 가능한 드라마 정주행을 2025년 목표로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