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용객을 자랑하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그대로 지나치는 곳은 바로 테헤란로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회사원이라면 4개의 역을 모를 리가 없을 터. 테헤란로는 퇴근 시간에 자동차로 지나치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헬게이트’로도 유명하다. 차라리 지옥철을 타는 게 낫다고.

판교나 가산디지털단지로 벤처 기업들이 거처를 옮겼지만, 이곳은 여전히 수도권 3대 기업 밀집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테헤란로 이름이 조금 특이하다. 다른 도로명은 대부분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인데, 테헤란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느낀 그대로였다. 테헤란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태극기가 24시간 게양되어 있는 도로, 테헤란로는 어쩌다 해외의 지명을 가지게 되었나.

테헤란, 찾아보니 이란 수도잖아?
이란의 수도가 어쩌다 한국에서 가장 회사가 많은 강남에 자리 잡게 되었나. 이는 서울과 테헤란의 우애를 다지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원래 이름이 없는 도로였다. 1972년 한양 천도 578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의 이름 없는 도로 59개에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 이곳에는 삼릉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다 한국의 중동 진출이 한창이었던 1977년, 서울에 이란 테헤란 시장이 방문했다. 이를 기념하며 서울시청은 서울과 테헤란 지명 한곳을 바꿔 부르는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한국에 테헤란로가 탄생했다고.

이란에도 이때 지어진 ‘서울로’와 ‘서울 공원’이 있다. 이란의 서울로는 한국 테헤란로와 달리 아주 평범한 길이다. 사실 테헤란로도 1977년 때까지만 해도 개발 직전까지는 지금처럼 번화한 곳이 아니었다.

이란에서는 한국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에 자국의 수도명으로 지어진 도로가 있는 것이 꽤 유명하다. 그래서 한국 여행을 올 때면 테헤란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간다고.
나뉘고 또 나뉜다
한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비서울로 나뉜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강남과 강북으로 나뉜다. 나뉘고 나뉜 강남에서 또 나뉘는 게 있다. 테헤란로를 기준으로 ‘테남’과 ‘테북’으로 또 나눈다.
부자들의 동네니 만큼 원래 돈이 많은 재벌인지, 졸부인지를 가린다고 한다. 압구정, 신사, 청담 등 기존에도 부자 동네로 유명한 지역이 테헤란로 북쪽 ‘테북’에 있다. 반대로 ‘테남’에는 대치동, 역삼동, 도곡동 등 신흥 부자들이 많은 동네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테헤란로 아래에는 IT기업과 전문직 업종 회사들이 다수 위치해 있다. 평범한 집안에서 나고 자라 자수성가한 이들은 직주 근접을 위해 테헤란로 아래에 사는 것이 좋으니까.
그러나 뭣이 중요한가. 이러나저러나 열심히 사는 것은 매한가지다. 강남은 명실상부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테헤란로 말고 또 있나?
이란의 지명을 가지고 온 ‘테헤란로’. 찾아보니 한국에 이 같은 사례가 더 있었다. 원주시와 버지니아주의 로아노크시는 자매결연을 하였다. 이에 원주에는 ‘로아노크로’라는 도로가 있다.

광주에도 있다. 광주광역시는 대만의 대남시(타이난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대남대로’를 만들었다.
해외에 서울로도 더 존재한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서울의 거리가 있다. 이는 1995년 울란바토르와 서울이 자매결연을 맺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 해당 거리에는 한국 전통양식의 정자와 담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한국 음식점들도 들어서 있다고.
프랑스의 남부 도시 신(Seyne)에도 한국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센터가 인근에 있는 서울로가 존재한다. 산업단지 내의 지명에 유럽 국가가 아닌 타국의 지명이 붙은 것은 ‘서울로’가 유일하다.
수도권 3대 기업 밀집 지역에 자리 잡은 외딴 지역의 도로명, 테헤란로. 이국적인 도로명에 한국 특유의 회사 분위기가 가득한 매력적인 곳에서 행복을 위해 모두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