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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에게 추천한다, <러브, 데스 + 로봇>

꼭 봐야 할 에피소드만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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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어느 숲. 병사들이 행군 중이다. 

한 병사가 호숫가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호수에 손을 넣는 순간, 아름다운 여인 ‘세이렌’이 나타나 ‘죽음의 춤’을 추며 비명을 지른다. 단숨에 매혹된 병사들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무참히 살육한다.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여기까지가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3, 9화 ‘히바로’ 도입부 내용이다. 그로테스크 하지 않은가. 때로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지만 그 맛에 보는 거 아닌가. 취향만 맞으면 인생작이 될 수 있다. 

각 시즌은 10개 내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각 회차 당 최대 20분의 러닝타임. 소위 말해 ADHD가 있어도 부담 없는 수준이다. 사실 보다 보면 시즌 자체가 짧게 느껴진다. 몰입도가 높기 때문.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작품성 측면에서도 인정 받았다. 데이빗 핀처 감독과 <데드풀> 감독 팀 밀러가 제작 했으니. 그해 에미상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피소드마다 작화도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꼭 봐야할 작품들로 몇 개 추려봤다. 

목격자

“도망쳐도 결국 제자리, 이 도시는 우리를 놓아주지 않아”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살인 현장을 목격한 스트리퍼가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는 내용.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뒤틀려 있어 불편하면서도 시선을 떼기 어렵다. 

구룡성채 같은 아파트 단지나 중국어와 일본어 네온사인 간판이 ‘사이버펑크’ 무드를 만들어내는데. 마지막에 악몽처럼 순환하는 구조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기 어렵게 만든다. 

지마 블루

“하늘과 바다의 중간, 지마 블루색이 그의 아이덴티티다”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 행성과 우주 단위의 장대한 벽화를 만든 어느 예술가 이야기다. 폭력성은 없지만 허무함이 아주 크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거대한 예술가의 정체가 단순한 ‘청소 로봇’이었다는 반전이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히바로

“원한 것도 아닌데, 서로의 저주가 되어버렸다”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앞서 줄거리를 소개한 바 있다. 해당 작품의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인간 욕망의 추악한 본질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드러냈다. 

지크는 어떻게 종교를 갖게 되었나 

“믿음이란, 때로는 그냥 버티다 보면 찾아오는 거지”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나치가 깨운 타락천사와 사투를 벌이는 미공군 B-17 폭격기 대원들의 이야기. 주제가 꽤나 흥미로웠다. 타락천사와의 처절한 사투를 박진감 넘치게 묘사했다. 

사실 시즌 4 자체가 전반적으로 평이 좋지 않았으나, 그 사이에서 살아 남은 에피소드다. 오컬트 설정 좋아하면 적극 추천한다. 

굿 헌팅 

“네가 자유로워진다면, 그게 내가 바라는 미래야”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귀신 사냥꾼인 아버지를 따라 구미호를 잡던 량, 구미호 옌과 친구가 되어 버렸다. 

전통 설화와 스팀펑크가 오묘하게 섞여 있다. 억압받던 존재가 기계 장치를 통해 스스로의 힘을 찾아가는 과정이 처절하다. 량과 옌의 유대가 마지막까지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 

“이오가 말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우주 탐사 중, 행성 ‘이오’가 의식을 지닌 존재임을 깨달은 주인공. 생각지 못했던 ‘행성’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인간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압도적인 스케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팝 스쿼드 

“영원히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인구 통제로 인해 아이의 존재가 금지된 사회. 한 가족을 만난 주인공은 ‘영생’의 의미를 처음 의심하게 된다. 

완벽한 미래 사회 속에 억압적인 출산 통제가 불편할 정도로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높이는데. 충격적인 결말까지 더해졌다. 

러브데스로봇, 넷플릭스

하나씩 짚어보니 제목의 의미가 이제서야 이해된다. 

이 세상 온갖 종류의 이야기는 ‘사랑’ 아니면 ‘죽음’으로 종결 되기에 ‘러브’와 ‘데스’. 그리고 그 옆에 붙은 ‘로봇’은 작가의 상상력을 뜻하는 것. 

합치면 모든 이야기에 그럴듯한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라는 뜻. 그게 바로 <러브, 데스 +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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