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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삶과 무한한 삶은 똑같이 서글프다

불멸의 삶과 시한부의 삶을 다룬 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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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지 못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법.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죽음을 간청하고,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추격하는 죽음으로부터 힘겹게 도망친다. 전혀 다른 운명을 가진 주인공들이지만 관객들에게 비춰지는 감정은 아이러니할 만큼 평등한 슬픔과 고통 그리고 해탈. 삶의 종결을 대하는 그들의 적나라한 감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유한한 삶에 대한 영화와 무한한 삶에 대한 영화, 총 4 작품을 당신에게 소개한다. 통쾌한 액션부터 절절한 드라마까지 다양하게 골라왔으니 맘껏 감상하길. 


맨 프럼 어스 (2007)

친근하고 상냥했던 옆자리 동료가 알고 보니 1만 4천 년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였다면? 이사를 앞둔 존 올드맨을 위해 환송회를 연 지인들. 떠나기 직전, 덤덤하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털어놓는 주인공과 그를 믿지 못한 등장인물들이 질문을 던지는 식의 구조로 87분이 채워진다. 장소를 특별히 이동하지도 않은 채 ‘대화’만으로 구성된 영화지만, 분노와 놀라움, 존경과 시기로 가득 찬 그들의 반응은 다이나믹하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소. 

특히 치밀하게 짜여진 주인공의 서사는 영화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늙지 않는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10년마다 이사를 한다는 점, 수많은 학위를 따냈지만 모든 학위는 ‘공부했던 당시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근대의 학자들이 더 뛰어나다는 점, 억겁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강렬했던 기억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점 등은 관객들을 묘하게 설득시켰다. 

또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이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을 신격화한 이들에 의해 예수가 되었다는 것.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자 언짢은 기분을 여과 없이 드러낸 종교인 동료의 반응은 영화를 받아들이는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대변하고 있다. 저예산 영화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는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명작 중 명작.


올드 가드 (2020)

불멸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 있다. 하지만 ‘수퍼 히어로 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불멸은 조금 더 캐주얼하게 다가올 것.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올드 가드>는 할리우드의 대표 여전사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은 액션물이다. 그녀를 주축으로 한 불멸의 용병 집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시원함의 탄성을 내뱉게끔 하는 액션 장면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통쾌한 수퍼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작품. 

샤를리즈 테론 특유의 깊은 눈빛은 ‘불멸’이라는 존재의 무던함을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아내고 있다. 다만, 클리셰적인 부분이 많아 ‘킬링 타임’용이라는 평가를 내린 이들도 많다고. ‘죽음’을 위해 싸우는 불멸의 존재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은 무한한 삶이라는 주제를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게 한다. 머리 아픈 내용이 싫은 라이트 유저라면 이 작품을 감상할 것.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며 16년 예능 공백을 깬 강동원은 사형수 역을 맡은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얽힌 고충을 토로했다. “전혀 몰라도 되는 감정의 길이 뚫려버린 느낌”이라고 언급하며 매일같이 악몽을 꿨던 당시를 회상한 그. 삶이 지독히도 싫었던 여자와 남자가 만나 서로의 닮음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눈다는 작품 속 이야기는 수많은 관객들을 울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고 싶어진 남자가 사형장까지 향하는 과정 속에서 내비친 감정들은 당신의 감성을 건드릴 것. 누구의 삶이건 유한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확히 끝을 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유한함이 아닐까. 강동원과 이나영의 섬세하고도 처절한 명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작품.


안녕, 헤이즐 (2014)

딱딱하게 굳어있는 감정선을 단숨에 녹여내고 싶다고? 잠들어있던 눈물샘을 깨워 줄 작품, <안녕, 헤이즐>을 감상해 보자. 한 손에는 산소통을, 코에는 호흡기를 차고 등장하는 10대 소녀 헤이즐과 언제나 긍정적인 소년 거스는 등장만으로도 눈물 흘리는 2시간 뒤 내 모습을 직감하게 한다. 암 투병 중인 학생들의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안녕, 헤이즐>. 

<베이비 드라이버>로 이름을 알린 배우 안셀 엘고트가 거스 역을 맡았다. 그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하는 풋풋한 애정선은 결말에 다다를수록 휘몰아치는 슬픔의 감정을 극대화해줄 것. 헤이즐, 거스 그리고 친구인 이삭이 성당에 마주 보고 앉아 치르는 ‘미리 장례식’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국내 타이틀인 <안녕, 헤이즐> 아닌 오리지널 타이틀은 영화의 의미를 아우른다. 원작 소설 제목과 동일한 오리지널 타이틀은 <The Fault In Our Stars (잘못은 우리가 아닌 운명에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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