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華而不侈),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nbs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480" height="640"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2024/04/1-6.jpeg" alt="검이불루화이불치" class="wp-image-6027" srcset="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2024/04/1-6.jpeg 480w, 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2024/04/1-6-225x300.jpeg 225w" sizes="(max-width: 480px) 100vw, 480px" /></figure>



처음 이 말이&nbsp;등장한 건&nbsp;고려 중기, 김부식의 삼국사기다. 백제를 세운 시조 온조왕이 도읍지를 옮기며 새로 성과 궁궐을 지을 때 나온 기사로 전해지고 있다.&nbsp;



조선경국전에서도 동일한 말이 등장한다. 정도전은 삼국사기의 기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궁원의 제도는 사치하면 반드시 백성을 힘들게 하고 재물을 잃는다. 너무 누추하면 조정의 존엄을 보일 수 없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아름다우나 사치스럽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미이다. 검소한 것은 덕과 같고, 사치스러운 것은 악 중에서도 큰 것이다.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검소한 것이 낫다.’



옛말에 틀린 말 없다고,&nbsp;지금 봐도&nbsp;대단히 큰 여운과 교훈을 주는 말이다. 한국의 미를 상징하는 이 말은 당시의 것들을 직접 보면 피부로 와닿게 느낄 수 있다. 당장 경복궁만 봐도 검이불루 화이불치에 맞게 내부를 설계하고, 디자인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nbs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426" height="640" src="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2024/04/2-3.jpeg" alt="검이불루화이불치" class="wp-image-6028" srcset="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2024/04/2-3.jpeg 426w, https://glowupmag.mycafe24.com/wp-content/uploads/2024/04/2-3-200x300.jpeg 200w" sizes="(max-width: 426px) 100vw, 426px" /></figure>



어찌 보면&nbsp;이는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고 믿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nbsp;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부터 사용됐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은 1145년부터 사용됐다. 덜어내고, 본질을 선명하게 만들었을 때 아름다움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우리는&nbsp;오래전부터&nbsp;알고 있었던 것.&nbsp;



한국의 정원과 유적지, 건축물은 모두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뜻에 맞는 고유한 미를 간직하고 있다. 단순히 해당 장소를 방문하여 산책을 즐기는&nbsp;것만으로도&nbsp;우리는 그 가치를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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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nbsp;한국의 전통의복인 ‘한복&#8217;에서도 한국의 ‘미적 센스&#8217;를 확인할 수 있다. 직선과 곡선을 적절하게 믹스하여 단정하고 아담한 의복을 완성했으니. 다양한 문의와 패턴을 사용해서 소소한 포인트를 준&nbsp;것까지&nbsp;검이불루&nbsp;화이불치 한&nbsp;아름다움이 느껴진다.&nbsp;



우리의 삶에 빗대어 의미를 되새겨&nbsp;볼 수도&nbsp;있다. 과한 사치와 꾸밈은 오히려 자신의 매력을 가리고, 검소하고 사치스럽지 않게 자신의 미덕을 보이면 진정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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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 말의 의미를&nbsp;적용해 볼&nbsp;수 있다. 겸손하고 조심스럽게,&nbsp;뺄&nbsp;수 있는 과한 포인트는 드러내고 필수적인 요소만을 아름답게 조합하여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8217;을 완성한다는. 말은 참 쉽다. 디자이너들이 이 글을 읽으면 불같이&nbsp;화를 내며&nbsp;“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8221;라며 소리칠 수도 있다. 그만큼 정확한 디렉션을 제시하는 문장이 아니기 때문.&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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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려운 법. 5,000자 분량의 원고를 써내려 가는 것보다 500자 원고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 것이 더 어렵고,&nbsp;맥시멀 한&nbsp;디자인의 화려한 옷보다 최소한의 것만 남긴 채 아름다운 디자인의 옷을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렵다.&nbsp;



그럼에도 다시 한번 ‘검이불루 화이불치&#8217;. 백 번 되새겨도 부족하지 않다. 무언가를 만들 때, 공간을 조성할 때, 사람을 만날 때, 물건을 구매할 때, 여행을 떠날 때 등 삶의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인 작용이 되어줄 것.&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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