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거스른 자만이 시간이 흐른 뒤, STANDARD가 된다”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은 기성 세대에게 반대된다. 그러나 이는 곧 기준이 되기 마련이다. 힙합, 록 등 다양한 문화들이 기성세대들에게는 달갑게 다가오지 않았다. 발금본이었던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세상에 혹평 받던 피카소도 마찬가지. 그러나 어색했던 장르 문화는 곧 기성의 문화가 되고, 이들의 작품은 기준이 되었다.

괴짜 머리마저 잘 어울리는 이 사람은 스즈키 마사후미(Suzuki Masafumi). 2012년부터 2022년까지 <GQ JAPAN>을 이끌었던 전 편집장이다.
일본에서 톰 브라운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라고 불려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그는 톰 브라운 수트를 잘 소화해낸다.

그는 지큐 재팬의 편집장이 되기 전, <ENGINE>이라는 남성 잡지 편집장으로서 남성 라이프 스타일 잡지를 확립한 바 있다.
스즈키 마사후미는 60년대 일본 길거리를 지배했던 ‘미유키족’으로서 아이비리그 패션 스타일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꽤나 흥미로운 인생사를 가지고 있는 스즈키 마사후미. 개성 넘치는 외모에 지성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야기로 미유키족부터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스즈키가 내린 패션의 정의까지. 한 번에 말아 주겠다.
일본의 프레피룩? 미유키족

미유키족. 짧고 굵게 지나갔던 일본의 하위문화다. 아이비리그 룩을 입고 도쿄 미유키 거리를 활보하던 이들을 미유키족이라고 불렀다. 쓰리 버튼 재킷, 페니 로퍼, 쌀 포대 같은 VAN 종이 가방(없으면 실제로 쌀 포대를 들고 다녔다고). 이들의 패션 스타일은 일본의 아메카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영국의 모드족으로 비유하면 되려나. 겉으로 보면 깔끔하고 댄디한 스타일이지만, 실상은 1964년 동경 올림픽 당시 거리 정화 운동의 대상이 될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말하자면 길거리 ‘일진’들이었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한다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교토대 학생이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데모를 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마르크스 저서들을 읽었으며 같은 시기, 친 공산주의였던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에 대한 공부를 했다. 스즈키는 게이오 대학 문학부에 입학한 후 학생 운동의 리더로서 데모를 이끌었다.
계속해서 여러 가지 좌익 활동을 이어나가며, 스즈키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확고히 한다.
패션은 정치고 시대정신이다.

스즈키 마사후미의 좌익 활동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는 사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었기 때문. 프랑스, 미국, 일본 할 것 없이 당시에는 반전 시위가 왕성히 벌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저항 정신은 문화가 발전하는 데 있어 양분이 되어준다. 60년대를 문화의 꽃이 피는 시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비틀즈의 음악과 함께 ‘히피 문화’가 발전했다. 다양한 사건들이 몰려왔었지만, 베트남 전쟁 반대가 그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도 베트남 반전 시위를 시작으로 ‘68혁명’이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상상력에게 모든 권력을!”
영화 <몽상가들>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쌍둥이 남매가 모택동을 우상시하며 혁명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장면. 68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더 후의 ‘My Generation’으로 대표되는 영국의 모드족, 그리고 스즈키 마사후미가 살았던 일본까지.

스즈키 마사후미는 패션은 정치고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언급한 60년대 사례들에 그의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이 드는지.
누군가 밀리터리, 워크웨어를 좋아한다는 것에도 그 사람의 삶의 방식과 연결될 것이며, 스트리트 웨어를 좋아하는 것 역시 메인 스트림, 진부한 하이패션에 대한 저항이며,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저 ‘예쁘다’가 아닌 견해가 담긴 패션. 문화와 영혼을 패션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과제라고 스즈키는 말했다.
그가 톰 브라운을 좋아하는 이유가 도출됐다

미유키족, 베트남 반전 운동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를 향한 저항 정신. 그는 패션이 정치고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이것만으로 톰 브라운 수트가 스즈키 마사후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톰 브라운은 남성 수트계의 혁명이라고 불렸다. 패션학도도 아니었던 톰 브라운은 기존의 획일화된 수트 시장에 새로운 테일러링, 신박한 비율의 수트를 선보였다.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바지 기장, 소매 아래로 튀어나온 셔츠 커프, 5-60년대 남학생 교복에서 영감을 받은 반바지까지. 톰 브라운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는 디자인 철학 아래 혁명을 도모했다. 톰 브라운 스타일,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남성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스즈키는 톰 브라운이 가진 성숙과 미성숙이 혼합되어 있는 ‘모순’을 좋아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다. 여전히 아이비스타일을 추구하는. 반바지로 대표되는 톰 브라운이 아이가 입는 어른의 옷 같고, 어른이 입는 아이의 옷 같다고.

능숙하게 규칙을 위반하며 혁명을 도모하는 톰 브라운과 스즈키 마사후미. 꽤나 닮아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스즈키 마사후미는 말했다.
“시대를 거스른 자만이 시간이 흐른 뒤, STANDARD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