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멍청한 놈을 사랑해. 쟨 내 형제야”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에이셉 라키에게.

둘은 친하기로 유명하다.
유튜브에는 두 사람이 정확히 ‘13분’ 동안 서로를 놀리는 영상까지 있으니.

근데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다. 이들의 서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크루’ 활동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한다.
두 사람은 각각 ‘에이셉 몹’과 ‘오드 퓨처’라는 개성 강한 크루에 몸담고 있었다. 그것도 핵심 멤버.

에이셉 몹은 2006년 뉴욕 할렘에서 결성된 크루로, 멤버 이름 앞에 전부 ‘에이셉’이 붙는다. 사운드는 트랩, 이스트코스트 감성에 세련된 비주얼을 지향했다.

오드 퓨처는 200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힙합/스케이트 크루. 핑크색 도넛 모양 로고만큼이나 괴짜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사운드는 펑크 쪽, 서부 감성이 섞여 있었다.
두 크루 모두 당시에 패션과 음악 스타일 쪽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팬덤도 컸고.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인터뷰에서 미묘한 경쟁심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성격 자체도 둘 다 그리 온순한 편은 아니었다. 타일러는 원래 평소에도 장난스럽게 날카로운 농담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라키도 힙합 씬의 ‘쿨 가이’ 이미지가 강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싸우거나 디스곡을 냈냐? 그건 또 아니다. 실제 음악적 협업도 없고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저 서로를 저격하는 듯한 농담이나 비아냥이 팬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루머가 확산됐던 것.

하지만 둘의 관계는 오드 퓨처 해산 이후 타일러의 개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특히나 이 시기에는 둘 다 하이패션 브랜드 활동이 늘어났는데.
런웨이, 행사, 패션위크 등에서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성격상 둘 다 장난기 많고 유머 코드가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서로 공연에 깜짝 등장하거나, 패션 브랜드 포토월에 나란히 섰다. 서로의 작업물에 ‘천재다’같은 공개적인 칭찬도 스스럼없이 했다.
특히 2018년에 냈던 곡 ‘포테이토 샐러드’에서 둘의 케미가 잘 드러나는데. 정식 싱글도 아닌 프리스타일 영상이었지만 완성도가 꽤 높았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두 사람이 찍힌 사진이나 영상은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영상은 주로 타일러가 라키를 엄청 놀리고 서로 드립을 치는 모습.
팬들 사이에서 별칭도 생겼다. ‘락타일러’.

비록 출발은 서로 다른 도시, 다른 크루에서 경쟁 구도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취향이 겹치면서 두 사람은 이제 힙합 씬 안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원래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싸우면서 정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