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에 검은 바지가 '미니멀리즘'이라고?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무엇인가. 지식백과에 따르면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패션’에서의 미니멀리즘은 무엇인가. 절제된 실루엣과 색채를 사용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으로 덜어내서 디자인의 본질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블랙, 화이트 같은 무채색만을 사용하고, 셔츠 같은 전형적인 아이템을 착용한다고 미니멀리즘 패션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레드와 블루, 퍼플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강한 색채를 사용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실루엣의 디자인을 보여주더라도 미니멀리즘 패션일 수 있다. 오히려 깔끔한 블랙 투피스 셋업에 로퍼를 매치하는 ‘전형적인 룩’을 미니멀리즘 패션이라고 칭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망신이라니, 그래서 대체 미니멀리즘 패션이 뭔데?”라는 의문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대한 해답은 북유럽 브랜드에 있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북유럽의 디자인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 정도로 유명하다.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그들의 디자인은 바우하우스의 조형 이념의 영향을 받아 완성됐는데, 그로 인해 패션 또한 다른 국가보다 절제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바우하우스'는 1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 유지된 독일 바이마르의 예술 종합학교다. 현대 디자인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 ‘단순하고 기능적인 형태미’ 자체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탄생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북유럽의 미니멀한 디자인은 한순간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속해있는 국가들은 척박한 지역적 특성에 의해 다른 국가들과는 다른 문화적 발전을 이뤘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 살아가며 자원이 귀했던 그들은 ‘과소비는 죄악'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절약정신을 가지게 됐고, 이에 따라 한 번 사서 오래 쓸 수 있는 기능적이고 튼튼한 제품을 추구하게 됐다. 

옷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옷보다는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실용적이고 튼튼한 옷, 자주 오래 입어도 만족스러운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렇게 역사적, 문화적,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어 탄생한 독특한 디자인이 바로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속해있는 국가들의 특징을 묶어 지칭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다. 

H&M 헤네스 앤 모리츠

자, 이제 지루한 역사와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고 북유럽 국가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를 살펴보자.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가장 먼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SPA 브랜드 ‘H&M’과 산하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싶다. 디자인, 가치관, 사업 형태, 무드 등 모든 면에서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북유럽 브랜드이기 때문. 

H&M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한다. 그리고 베이직한 디자인의 아이템을 주로 선보이며 패션이란 사치품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의복'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같은 듯 다르다

H&M 헤네스 앤 모리츠는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메인 브랜드인 H&M은 물론이고 모던한 분위기를 살린 타임리스 스타일의 브랜드 ‘코스(COS)’, 좀 더 영한 나이대를 타깃으로 폭넓은 아이템을 선보이는 ‘아르켓(Arket)’, 패션 아이템은 물론이고 뷰티 아이템까지 선보이는 여성 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Otherstories)’까지. 

서로 다른 콘셉트로 전개되는 브랜드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코스의 슬로건인 ‘Buy Better, Keep Forever’처럼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디자인과 품질의 옷을 제공한다는 것.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꾸준히 입을 수 있는 ‘타임리스(Timeless)’한 미니멀리즘 웨어를 찾는다면 가장 먼저 그들의 아이템을 확인해 보자. 

단순함의 진정한 가치 ‘아워 레가시(Our Legacy)’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투시(Stussy)’와도 협업을 진행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브랜드 ‘아워 레가시(Our Legacy)’ 또한 스웨덴 스톡홀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북유럽 브랜드다. 

두 명의 디자이너가 설립한 디자이너 브랜드인 아워 레가시는 북유럽 브랜드 특유의 기능적이고 절제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이트를 살펴보면 기존에 있던 베이직한 아이템들을 재해석한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대부분의 아이템이 사진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아워 레가시의 아이템들은 실제로 착용했을 때에 빛을 발한다. 익숙한 착용감이 아닌, 새로운 착용감을 제공하기 때문. 이는 그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패턴으로 실루엣을 개발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착용감이다. 

그러면서도 아워 레가시는 브랜드 로고를 밖으로 노출하지 않고, 어떤 룩에든 쉽게 매치할 수 있는 컬러를 주로 사용하는 등 세련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에 시기를 타지 않는 타임리스 브랜드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디자인과 브랜드의 방향성이 ‘미니멀리즘 패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브랜드의 이름에서부터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의 유산'이라는 의미의 ‘Our Legacy’를 브랜드 이름으로 선택한 그들은 다음 세대로 물려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언제나 가슴에 새기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없어 직접 시작했다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 ‘토템(Toteme)’은 스웨덴의 유명 패션 블로거 ‘엘린 클링(Elin Kling)’에 의해 설립됐다. 브랜드는 뉴욕에서 론칭했지만 미국의 러프한 무드가 아닌, 북유럽의 절제된 세련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오랜 시간의 연구가 필요한 패션 블로거로 성공한 엘린 클링의 브랜드이기에 태생부터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가격대는 높지만 비교가 부질없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토템의 무드를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로맨틱 무드를 풍성한 걸리쉬 스타일로 완성

북유럽에서 탄생한 브랜드들 중에서는 ‘세실리아 반센(Cecilie Hahnsen)’처럼 뚜렷한 개성을 표현하는 곳도 있다.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아식스(Asics)’와의 협업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실리아 반센은 2015년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여성 브랜드다. 

세실리아 반센의 컬렉션과 아이템을 보면 북유럽 특유의 간결한 무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 역시 글에서 소개한 다른 브랜드와 동일하게 스칸디나비아식 미니멀리즘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파리와 런던에서 경력을 쌓아나가며 얻은 화려하고 풍성한 쿠튀르 감성을 스칸디나비아 패션에 녹여낸 이들의 컬렉션은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개성 있는 디자인의 아이템들과는 다르게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장인 정신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디자이너 세실리아 반센. 그녀의 말처럼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오묘한 컬렉션의 무드를 지금 바로 느껴보자. 

그래서 미니멀리즘이 뭔데?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결국 ‘미니멀리즘 패션'이란 단순히 화이트 & 블랙 컬러 조합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복'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고, 세월이 흘러도 가치를 잃지 않는 ‘타임리스(Timeless)’한 좋은 품질과 유행 없는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 진정한 미니멀리즘을 경험하고 싶다면 북유럽 브랜드의 옷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