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 Chui] Ep.01 최고의 구두를 찾아 서촌 '팔러(PARLOUR)'로 떠났다

문득 신발장을 정리하다 제대로 된 구두 한 켤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캐주얼한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두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일이 많아졌고, 클래식한 복장에 잘 어울리는 좋은 구두가 갖고 싶어졌다.

바로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켰다. 주변에 위치한 구두 집을 검색했다. 그리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팔러(Parlor)’라는 이름의 구두 집을 찾았다. 지체할 필요 없이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길을 나섰다. 


쇼핑으로 핫한 동네는 아니야

서촌은 쇼핑으로 핫한 동네가 아니다. 쇼핑할 곳보다는 예쁜 카페와 맛집이 많은 동네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숍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촌에도 매장을 갖고 있는 아모멘토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솝 또한 서촌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했다. 

물론 오랜 시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터줏대감들도 있다. 파리에서 건너온 ‘ofr 서울', 클래식한 남성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바버샵'. 

그리고 급하게 찾아간 ‘팔러(Parlor)’는 클래식 슈즈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편집숍으로 서촌의 터줏대감 ‘바버샵’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저희 새로 생긴 샵 아닙니다

서촌에 팔러가 생긴지는 얼마 안 됐다. 하지만 팔러는 종로구 통의동에서 9년 동안 운영된 후에 서촌으로 이사 왔을 뿐, 새로 생긴 샵은 아니다. 

쾌적한 매장, 수많은 슈즈

팔러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깔끔하게 진열된 수많은 슈즈를 만나볼 수 있다. 가지런히 정리된 슈즈들을 보면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구두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전문가인 직원의 도움을 받아봤다. 

‘좋은 구두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좋은 구두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팔러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구두들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싶었다. 대답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가격, 품질, 실루엣, 디테일에 집중하는 답변을 예상했지만 “좋은 구두란 손이 많이 가는 구두입니다. 세상에 안 좋은 구두는 없는 것 같아요. 디자인과 컬러, 품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주 신게 되고 손이 가는 구두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다름'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다름’에 대한 질문을 더했다. 10만 원대 구두와 100만 원대 구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서로 다른 가격대의 두 제품을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를 물었다. 

“물론 가죽의 품질이 다릅니다. 알든의 경우, 신을 때부터 발에 감기는 촉감이 좋아요. 또 꾸준한 관리가 동반되면 정말 평생 신을 수도 있는 그런 신발입니다. 낮은 가격대의 슈즈 역시 꾸준한 관리가 있다면 유지가 가능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맛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아요."라는 기대하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맛'. 빈티지를 사랑하는 필자,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추천 부탁드려요'

팔러에는 정말 많은 구두가 진열되어 있다. 필자처럼 구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방문할 경우, 설명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좋은 구두, 그리고 평생 신을 수 있는 최고의 구두를 모두 신어보고 싶었기에 추천을 부탁했다. 

버윅 4406

추천받은 세 개의 구두 중 가장 낮은 가격대의 제품은 ‘버윅 4406 더비슈즈'다. 가격은 35만 8천 원.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블랙 더비슈즈였다. 둥근 형태가 매력적이었다. 캐주얼하게 데님 팬츠와 매치해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가죽의 질 또한 훌륭하게 느껴졌다. 부족한 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든 생각은 ‘뭐야, 100만 원 넘는 구두까지 구매할 필요가 없겠는걸?’이었다. 

샌더스 플레인 토: 53만 8천 원

이어서 두 번째 추천 구두도 바로 신어봤다. ‘샌더스 플레인 토 더비 슈즈'. 들어본 브랜드 이름이다.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14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어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기대하며 발을 넣었다. 전에 신어본 버윅 4406 모델 또한 더비슈즈였지만 신었을 때의 실루엣과 디자인은 완전히 달랐다. 샌더스 더비는 좀 더 클래식한 실루엣으로 떨어졌고 유려하게 발을 감싸는 핏 감이 만족스러웠다.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 신을 슈즈를 고른다면 버윅보다 샌더스 더비 슈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최고의 구두를 찾다

마지막으로 팔러 직원이 고른 최고의 구두 한 켤레를 신어봤다. 알든의 코도반 브이 팁 모델이었다. 이번에는 블랙이 아닌, 다크 버건디 컬러를 도전했다. 이 구두는 코도반 가죽으로 제작되어 소가죽보다 튼튼한 내구성과 고급스러운 질감을 자랑했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으로 먼저 확인한 후, 136만 9천 원이라는 ‘억!’소리 나게 높은 가격의 고급 구두에 조심스럽게 발을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전에 신어봤던 버윅과 샌더스 역시 훌륭했지만, 알든 코도반은 발을 넣자마자 발에 착 감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소비되는 ‘제품'이 아닌, ‘작품’을 발에 두른듯한 감정을 느꼈다. 

팔러에 방문한다면 알든 코도반 브이 팁은 꼭 한번 경험해 보길 바란다. 

어울리는 옷도 입어 보세요

고민이 깊어졌다. 알든을 신어보니 다른 구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1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쓸 계획은 없었다. 우선 침착한 마음으로 다시 고민해 보기로 하고, 매장을 나서려는데 안쪽 벽에 자리 잡은 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옷도 하나같이 클래식한 브랜드만 입점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재킷을 손에 집어 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이 즉시 옆으로 다가왔고, 손에 든 재킷이 ‘산니노'라는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팔러에서 새롭게 처음으로 들여온 브랜드라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곳 팔러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옷도 확실히 만듦새가 너무 좋았다.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옷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물어봅니다

이때다 싶어 평소에 궁금하던 몇 가지 질문을 추가했다. 첫 번째 질문, 신발 밑창이 닳으면 어떻게 AS를 받아야 좋을까? 이에 직원은 이태원에 위치한 리부트 숍을 추천했다. 국내에서는 알든 밑창을 오리지널로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알려줬다. 

두 번째 질문, 굵은 신발 끈은 잘 풀리던데, 안 풀리게 묶는 방법은? 이에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신발 끈이 뭉치는 부위에 물을 묻혀주면 더 꽉 조여지며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꾸러 팁'이 아닐 수 없다. 필자 또한 쉽게 풀리는 신발 끈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기 때문. 앞으로는 이 방법을 사용해야겠다. 

팔러와 바버샵은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길 건너 바로다. 팔러에서 신발을, 바버샵에서 옷을 구경해 보자.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준비되어 있다. 서촌이 옷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쿨한 동네라는 걸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