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의 전설, 리바이스 청바지와의 로맨스

‘청바지'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흰옷이랑 같이 빨면 큰일 나는 옷, 오래 입어도 찢어지지 않는 옷, 세탁할 때마다 색이 변하는 옷, 언제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 그리고 ‘리바이스(Levi’s)’. 

모두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이미 청바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말인즉슨 청바지는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흔하고 익숙한 옷이라는 뜻. 

그럼 한 가지 물어보겠다. 그 흔한 청바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어린 나이부터 곁에 두며 입어온 청바지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나. 오늘은 ‘청바지(Jeans)’의 탄생과 브랜드 ‘리바이스(Levi’s)’에 대해 조금은 깊게 알아보자. 


왜 ‘데님 팬츠’인가

청바지는 영어로 ‘Jeans’다. 근데 왜 많은 이들이 청바지를 ‘데님 팬츠'라고 부르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청바지가 ‘데님(Denim)’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 그럼 데님은 무엇인가. 

데님과 인디고 염료

청바지는 데님과 인디고 염료의 역사와 비교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라고 할 수 있다. 인디고 나무에서 추출한 푸른빛을 내는 인디고 염료는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사용됐다. 데님 소재 또한 청바지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프랑스 님 지역에서 생산되어 널리 사용됐다. 

청바지가 데님 팬츠로 불리는 이유는 푸른 인디고 염료로 염색한 데님 소재를 사용해서 바지를 만들었기 때문인 것. 

리바이 스트라우스

세계 최초로 인디고 염료로 염색된 데님 소재 바지를 만들어 낸 인물은 미국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다. 그는 창고에 방치되고 있던 청색 데님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금광이 발견되며 금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골드러시'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척박하고 험한 환경에서도 망가지지 않는 튼튼한 바지를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능성을 본 그는 창고에 쌓여있던 질기고 튼튼한 데님으로 바지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10년이 지나자 거의 모든 광부와 농부, 카우보이들이 그가 만든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리바이스의 대표 모델

리바이스가 만들어 낸 최초의 청바지는 501 XX다. 1860년대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청바지로 초기에는 벨트 루프가 없었고, 대신 서스펜더를 장착할 수 있는 버튼이 있었다. 

특징으로는 14온즈의 두껍고 질긴 데님이 사용됐고, 일자로 쭉 뻗은 스트레이트 레그 실루엣을 가졌다. 

모든 청바지는 501에서 시작됐다

리바이스 501은 세계 최초의 청바지다. 그만큼 모든 청바지는 501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501은 지금도 여전히 리바이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상징적인 모델이자 스테디셀러로 인기가 가장 많다. 

오리지널 핏의 경우, 과거의 모델과 유사한 쭉 뻗은 스트레이트 핏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현대적으로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처음 세상에 등장했던 501XX 모델과 지금의 501 모델은 많이 다른 실루엣을 보여준다. 

다양한 시도

리바이스는 501 팬츠로 다양한 실루엣을 시도하고 있다. 허벅지에서 발목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슬림 테이퍼드 핏, 몸에 딱 붙는 스키니 핏 등 다양한 핏의 501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핏을 선택하면 되지만 역시나 가장 인기가 많은 핏은 오리지널 핏이다. 


지퍼가 더 편하잖아

리바이스 501 팬츠는 버튼 플라이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지퍼를 사용한 501도 있지만, 오리지널은 무조건 버튼 플라이로 제작된다. 반면에 502 팬츠는 편리한 지퍼 플라이 방식으로 제작되며 허리가 여유롭고 허벅지에서 발목으로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으로 제작된다. 501과 비교했을 때 훨씬 현대적인 디자인과 실루엣을 가졌다. 

요즘은 501보다 505

최근에는 와이드 핏 팬츠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리바이스 505 팬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501보다 허리는 조여주고, 밑위가 길며 여유롭게 쭉 뻗은 스트레이트 핏 실루엣을 가진 505 팬츠는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몸에 슬림 하게 붙는 바지가 부담스럽다면 리바이스 505 팬츠를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유행은 돌고

2024년의 패션 키워드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스키니 핏’,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리바이스에서도 다리 라인을 강조하는 슬림한 실루엣 모델을 출시했으니, 바로 511 팬츠다. 

리바이스 511도 505처럼 밑위가 길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슬림 하다. 여성들이 즐겨 착용하는 핏으로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만큼 리바이스의 오리지널리티와는 가장 거리가 먼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 하지 마세요

리바이스는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뒷주머니에 붉은색의 작은 택, 일명 ‘래드 탭'을 부착했다. 푸른색의 청바지와 대조를 이루는 붉은색의 레드탭은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며 브랜드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탭으로 구분하는 리바이스

리바이스는 뒷주머니에 붙어있는 탭으로 브랜드 라인을 나누고 있다. 정말 다양한 탭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는데. 지금까지도 새로운 컬러 탭이 출시되고 있으며, 인기가 없으면 한 컬렉션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반짝이는 실버 탭

리바이스의 대표적인 브랜드 라인으로 ‘실버 탭(Silver Tab)’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0년도에 시작된 리바이스 실버 탭은 지금까지도 새로운 컬렉션이 출시되며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실버 탭은 90년도 힙합 문화의 영향을 받아 완성됐다. 길거리 문화가 활발했던 90연도의 시대적 특징이 반영된 실버 탭의 디자인적 특징은 오버한 실루엣이다. 청바지는 물론이고 재킷 등 다른 아이템 모두 오버한 실루엣으로 제작된다. 

실버 탭은 최근 오버사이즈 트렌드의 인기 상승과 더불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인기 라인이다. 


단종됐으니까 비싼 겁니다 

리바이스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빈티지 숍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빈티지 숍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구경하다 보면 오렌지 탭이 부착된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레드 탭 제품보다 10-20% 높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리바이스 오렌지 탭은 레드 탭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전개되는 라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개가 종료되면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 워낙에 짧은 기간 동안만 전개됐던 라인이다 보니 풀려있는 수량이 적기 때문이다. 오렌지 탭 리바이스가 레드 탭보다 비싼 이유는 이 ‘희소성'밖에 없다.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지만 품질적인 면에서 더 뛰어난 제품을 원한다면 레드 탭을 추천한다. 

그럼 이거는 비싼 이유가 뭔데?

오렌지 탭처럼 완전히 다른 라인에도 프리미엄이 붙지만, 레드 탭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특별한 제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블랭크 탭'과 ‘빅 e 탭'을 들 수 있다. 먼저 블랭크 탭의 경우, 일반적인 레드 탭과 컬러는 동일하지만 텍스트가 없이 비어있다. 여백을 의미하는 ‘블랭크(Blank)’가 탭 이름에 붙는 이유다. 


비어있는 라벨

블랭크 탭은 리바이스의 특수한 제작 방식 때문에 탄생하게 됐다. 리바이스는 제품을 생산할 때 꼭 여유분도 함께 생산한다. 그리고 판매를 위해 제작된 제품들과 별도로 생산된 여유분에는 비어있는 블랭크 탭을 부착한다. 그만큼 애초에 생산되는 수량도 적고,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구매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은 것. 남들이 쉽게 갖지 못하는 희귀한 제품에 매력을 느끼는 빈티지 마니아들은 리바이스 블랭크 탭 501 팬츠를 수집하고 있다. 

‘E’

리바이스 탭에는 ‘Levi’s’라고 브랜드 이름이 새겨져있다. 단어를 시작하는 알파벳 ‘L’만 대문자로 표기되는 게 일반적인데, 특수하게 두 번째 알파벳인 ‘e’까지 대문자 ‘E’로 표기된 제품들이 있다. 

이렇게 두 번째 알파벳 ‘e’가 대문자로 표기된 탭을 ‘빅 e 탭'이라고 부른다. “그런 작은 부분 때문에 가격이 바뀐다고? 이해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다섯 장도 넘게 가지고 있는 필자 역시 이런 작은 차이로 가격이 바뀌는 걸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 

빅 e 탭은 지난 1930년도에 리바이스가 가품과 진품을 구별하기 위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 동안 사용됐던 빅 e 탭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LVC)’라인에서만 과거의 모델을 완벽하게 복각하기 위해 일부 모델에 사용하고 있다. 

LVC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Levi’s Vintage Clothing)’, 줄여서 ‘LVC’라고 불리는 라인은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긴 라인이다. 

리바이스는 1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답게 마니아층이 굉장히 두텁다. 그리고 마니아들은 새롭게 출시되는 ‘현행' 제품보다 과거에 출시됐던 ‘빈티지'를 더 선호한다. 리바이스 역시 이러한 현상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과거에 선보였던 오리지널 빈티지를 그대로 복각해 낸 제품들을 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라인이 바로 ‘LVC’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아

LVC는 리바이스의 빈티지 제품을 최대한 똑같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47501’이라는 청바지가 있다. 이 제품은 1947년도에 처음 출시됐던 리바이스 501 팬츠를 그대로 복각한 제품이다. 그래서 이름이 47501인 것. 이외에도 54501처럼 처음 제품이 출시됐던 연도의 숫자를 앞에 붙여서 복각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작은 부속부터 전체적인 실루엣, 사용되는 소재 등 모든 특징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라인인만큼, 리바이스의 전통성을 느끼고 싶다면 LVC 제품 구매를 추천한다. 

“2사이즈 크게 사세요”

리바이스 청바지를 구매할 때는 정 사이즈보다 2사이즈 크게 사는 걸 추천한다. 더 이상 수축이 일어나지 않는 워시드 진을 구매할 때는 정 사이즈에 맞게 구매해도 이상 없다. 하지만 워싱이 들어가지 않은 리지드 진, 혹은 수축이 발생할 수 있는 원워시 청바지를 구매할 때는 꼭 2사이즈 업하는 게 좋다. 


수축, 그리고 소킹(Soaking)

청바지는 높은 온도에서 세탁하면 사이즈가 줄어든다. 제품마다 줄어드는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허리에 딱 맞는 사이즈를 구매하면 세탁 후에 못 입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지금부터 몸에 가장 잘 맞는 청바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우선 각자 본인의 허리 사이즈보다 2사이즈 큰 청바지를 구매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 대야에 물을 받는다. 이때 물의 온도는 뜨거운 물, 미지근 한 물, 차가운 물 중에서 선택하면 되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수축이 더 많이 발생한다. 물을 받았다면 청바지를 물에 푹 담가준다. 그렇게 물에 충분히 적신 청바지를 대야에 15분 정도 방치한다. 시간이 다 지나면 청바지를 꺼내서 물리적으로 짜지 않고 그대로 잘 말려준다. 

위에서 설명한 방법을 ‘소킹(Soaking)’작업이라고 한다. 소킹 작업을 거치면 2치수 크게 산 청바지가 허리에 딱 맞게 될 것. 이렇게 만들어진 청바지는 몸에 가장 예쁘게 맞아떨어지게 된다. 

기장 선택의 기준

청바지는 총장이 굉장히 중요하다. 총장에 따라서 전체적인 무드가 180도 바뀌기 때문. 소킹 작업을 진행하면 총장도 줄어든다. 짧은 총장의 청바지를 선택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이유. 청바지를 고를 때는 허리 사이즈처럼 총장도 여유롭게 선택하는 게 좋다. 

90’s Made in USA

빈티지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많이 없는 사람이라면 ‘새것이 가장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하지만 필자는 꼭 한번 90년대 빈티지 리바이스를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한다. 90년대 빈티지 리바이스는 미국에서 생산됐다. 당시의 리바이스 청바지는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원단의 품질과 제품의 완성도가 완전히 다르다. 

5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리바이스 청바지부터 100만 원이 넘는 빈티지 리바이스 청바지까지. 리바이스는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라인과 제품, 스토리를 가졌다. 수많은 브랜드에서 청바지를 출시하지만, ‘진짜' 제대로 된 청바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리바이스의 청바지를 구매해 보자.